김비주
배풍등에선 고춧잎 냄새가 난다
하늘하늘 잎을 올리며 쭉 뻗은 가느다란
줄기 위에 예쁘게도 별이 피는 꽃
몇 년 전 집에 와서 수년을 초여름에 피어 올리던
그 예쁨이 삼삼하여 올 유월에 주문했다
매달린 꽃을 보다 비바람 거센 날
떨어진 꽃들 사이로 아쉬움을 남기고
오늘 줄기를 조금 자른다
꽃망울 맺으라고 작은 기도를 하며
세탁기의 투명막을 입은 세모난 캡슐 세제들이
물과 만나서 터지고 있다
봉투에서, 내 작은 실수
물 묻은 손이 잠깐 지나간 사이에
제 얼굴들 내주며 금세 쪼그라든다
하릴없이 터져가는 얼굴들
오늘 그릇에 옮긴다
터진 캡슐을 흐르지 않게
꽃과 세제가 하나인 아침
피우고 터지고
한참을 피우다 한참 터진
세상살이를
모두 다 안아보는 이른 아침
2025.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