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단상

by 김비주

땀에 젖지 않는 날입니다.

바람이 아주 좋은 시간들입니다.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보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워 바람과 그늘이 그리운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산책을 하면서 일어나는 생각과 길에서 마주친 광경들이

생각을 몰고 오기도 합니다.

여름 내내 편백나무와 수국공원을 조성한다고 어린이 도서관 옆 정원은 출구가 한참이나 막혀 있었습니다.

며칠 전 공사가 끝나고 그곳을 지나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릴없는 일이겠지만 동안 그곳에 살던 길고양이들은

어디로 가서 삶을 유지하는지?

삶의 터전이 사라진 아이들의 거처가 머릿속에 머뭅니다.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상가가 내놓은 쓰레기봉투들을

물어뜯어 헤처 놓는 일이자주 있습니다.

까마귀들의 공격대상입니다.

이놈들은 사람들에게 미움받을 짓을 왜 하는지?

좌광천에 맺는 열매들은 야생동물들을 위해 채집하지

말아 달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지 몇 해 났습니다.


'모두들 이곳으로 와서 열매를 먹으렴'

마음으로 열심히 빌 뿐입니다.


지학, 약관, 이립, 불혹, 지천명, 이순, 종심까지

헤아려 봅니다.

많은 시간이 지나 어떤 이에게는 달게 어떤 이에게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시간의 추이에 따른 인간의

생각이기도 합니다.


고려장과 비슷한 풍습들이 세계 도처에 있고 삶의 문제 보다 죽음의 문제를 볼모로 성황 했던 종교들이 더 이상

관여 하지 않은 세계에서, 삶에서의 더불어 함이

유독 인간에게만 국한된 일인지 그런저런 생각들 속에

잠시 놓아두었던 여름입니다.


제게 관심과 사랑을 준 독자들에게도 유난스레

고마운 날들이기도 합니다.

멀어져 있는 생태계로 가끔 끌어올려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가는 중입니다.

2025.9.6

산책을 끝내고


202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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