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시간 바꾸기

by 김비주



이른 아침 산책을 멈추기로 했다.
어젠 건강 검진이 있어 이른 아침 산책을 하지 않았다.
대신 김서해의 <여름은 고작 계절>을 마무리했고
건강 검진을 끝내고 11시가 넘어서 누군가와 약속을 위해
걸었다.
<별식당>에서 점심을 끝내고 모처럼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3시 이후의 좌광천은 아름다웠다
어둠에서 보던 풍경과 밝음에서 보는 풍경은 참으로 달랐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하던 책 읽기를 다시 하기로 하고
모처럼 <PROGRESS >도 듣고 있다.
어제 느리게 걷던 길에서 가을 풍경은 눈부시게 정갈해서
마음이 쏟아져 내렸다.
이 아름다운 시간을 이렇게 만나다니 온몸으로 들어오는 가을을 막을 수 없었다.
어제는 검진으로 필라테스도 쉬고 느린 걸음 속에 스며든 좌광천의 모과들이 시간을 아련하게 만들었다.

일어나자 컴퓨터를 켜고 <사탄 탱고>를 잠시 읽다 빠져나왔다.
칙칙함에서.
잠시 <시네 21>을 뒤지다 책으로 보고 싶다고.
타이베이 풍경과 음식을 보다 또 차오르는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래 느리게 보지 못한 풍경들이 아쉬워지는 시간들이다.
디저트의 요란한 나들이와 대만의 맛있었던 것들을
30년 전에서 소환했다.
갑자기 모나카가 생각나고 먹은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음악이 흐르고 새벽은 풍성하다.

책들을 뒤적이다 베로니크 플랭의 <코다 다이어리>에
멈추었다.
<고작 여름은 계절>의 작가 김서해는 95년생이다.
아들과 같은 나이다. 지독스럽게 앓은 작가의 이민 전투라고 할까.
마음이 녹아내리는 시간이었다.
산책을 햇빛이 환한 시간으로 미루고 아침은 온전하게
책과 음악과 설렘으로 가져오기로 했다.
새벽마다 보고 설레던 하늘을 사진으로 남기고 쌀쌀한
한기에서 온기의 시간으로 옮겨 왔다.
늘 일찍 일어나는 아주 오래된 습관이 하루를 여는데
충분한 시간을 준다.

20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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