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열어 책을 본다
지성과 동네와 창작과 비평 정신에서
멀어진 후줄근한 무명 시인이
날마다 올라오는
모든 문학상과 거리가 먼
하루를 움켜쥐고 시를 본다
참으로 많은데
책의 면모를 살피다
제목을 훑어가며 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해
얼기설기 게걸음을 걷는다
시집을 건너 책을 보니
참으로 많다
도서관은 나의 로망이었다
모자 쓰고 겉옷 입고 주머니에 손 지르고
들어가는 넓고 환하고 좋은 안식처
도서관의 진화가 거듭되는 동안
난 무디어지는 책장이 되어갔다
침을 묻히고 넘겨야 되는
골동품처럼 묻히는 걸까
쓰레기처럼 더미에 쌓여 냄새나는
시간을 견디다 썩히는 걸까
썩히는 것과 삭히는 것 사이에
올라오는 간격
한날 겨울, 햇빛은 스멀거리고
걸어서 가는 좋은 도서관
나를 펼쳐 읽는다.
2025.11.21 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