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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Nov 18. 2022

말줄임표



안이 보입니다

둥글게 말아 올린 잎사귀 사이로 검은 점들이

다닙니다, 상처 나기 전 바글바글 끓던 속엣것들이

어디서 데려오는지 제 몸을 갉아먹을 무수한 점들을

부려 놉니다


문득, 침대는 눈을 뜨지 못하고 가위는 밤새 걸어옵니다

요동치던 하루를 끝내지 못한 미련이 줄기차게

깨어 있습니다, 엄마는 아시는지요 아직도 엄마가

그리워 나이만큼의 기억 속으로 소환합니다


잎들마저 돌아누운 깊은 밤 환한 불 켜 두고 이리저리

망설이던 촉각들이 밤을 지새우고 홀로 내리는 고요가

창밖에 어슬렁거릴 때, 까치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커튼을 엽니다, 시는 늘 흐릿한 시야로 나를 내려다보고

깨지 않는 시간들이 지나갑니다


안이 사라집니다

잎이 활짝 솟아납니다

검은 점의 상처들을 데리고,

손으로 만집니다 떨어져 나간 상처들이

오늘을 시작합니다


시집《봄길, 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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