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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1. 2022

남해에서



긴 꼬리에 올라 탄 하루를 간다

삽짝 문 열어 펼쳐지던 눈길 따라 너를 본다

오랜 가슴속에서 삐져나오는 어눌한 풍경이

소리 지르며 달려간다

눈썹의 한 자락, 푸른 꿈을 펼쳐가며

속살거리는 잔바람 끝에 온몸 세워가며

설레는 너를

햇빛 쏟아지는 바다에 지글거리는 너를

하늘로 향하던 노랗고 노란 대학을

들판을 가로지르며 재잘거리는 초록의 생명을


따뜻한 대추차 한잔의 풍경이 나뭇잎으로

흔들릴 때

연보라 작은 것들이 무리 지어 오르던 옥살리스

같이 간 이의 마음도

용문사 차 한 잔에도

보리암 쌍가락지에도

하늘로 땅으로 쏟아내는 하루를 간다

눈빛의 그늘 아래 푸푸 푸 쏟아내던 나의 오랜 갈망도

그저 그러려니

둥둥 떠다니는 하루를


2018.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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