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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02. 2022

냉이와 보낸 하루



봄을 보낸다

생각의 끝에 걸려 넘어지는 맘을 고른다

두둑한 박스에 엉클어진 맘을 털기 전에

꽁꽁 여며, 기장군 정관읍에 보낸다

왈, 겨울이 짙기 전에 봄을 보내고 싶다

여름 태풍에 쓰러진 사과나무를 세우며 키운 아이들의

생채기를 두 손으로 감싸며 또다시 살아낸다

삶은 무너지고 무너진 끝에도 두 손으로 일어선다


받습니다

마알간 아파트의 뒤란에도 냉이가 핀 것처럼

개수대에 놓인 놈들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맘을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털어내고 씻어내며, 맘 한편 샛강으로

흐를까 봐 이른 아침부터 동동거리며 어루만집니다

어머니, 맘의 전부를 가져가시며 오늘도 소환합니다

봄은 이렇게 오랫동안 수고로운 이들의 봄편지인가요

뜨뜻한 물이 눈에서만 흐르는 건 아니겠지요


어렵고 힘든 시간이라고 TV는 말합니다

얼룩진 시간들이 매끈해질 거라고 떠들어댑니다

기록은 가끔 꿈을 잊는다고도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지된 시간을 되돌이합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오직, 뉴스입니다

아이가 자라고 부정이 제거되고 희망이 실현되는 드라마로

채널을 돌립니다

냉이가 화면을 가득히 채워갑니다

거실에서 가득한 냉이 향을 흠뻑 취합니다



2022. 12. 2 이른 아침.

봉화 박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이틀이 지난 후에

떠오르는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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