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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28. 2022

무 말랭이


감각의 한끝을 오려

오래오래 수분을 뺐어요


질겅거리는 입안에서

오랫동안 씹히고 싶은

바람으로 말라갔어요


탱탱하고 아삭한 날을 날리고

누군가의 고난

껍질 속으로 들어와 쭈글쭈글한

시간을 만들었어요


바람과 햇빛 아래

온몸을 내주었지요

푸른 하늘 아래 알몸을 드러내는 일

참으로, 무디어지는 시간이었어요


2020.12.27


시집 《그해 여름은 모노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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