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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에, 쥐가 살다

by 김비주

어젠 아침이 바빴다.

아침 글을 쓰고 요가 한 시간 하고 모처럼 산책을 다녀왔다.

날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얼큰이, 코코, 길동이 엄마 캣맘을 만났다.

산책 시간이 늦어서 못 보겠구나 했는데 아이들 집 대청소를

하고 재정비한단다.

따뜻하게 해 줄 량으로 바람막이로 이불을 넣어 두었더니 그 안에 쥐가 살았단다.

고양이 두 마리 집이 있는 텐트 안에 겁도 없이 쥐들이 배설물을 실컷 싸면서 이불 안에 살았다.

덕분에 후각이 예민한 고양이들은 집 밖의 노숙생활을 한참이나 했다.

원인을 모르고 있다 얼마 전부터 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집을 살펴 다 드러냈더니 엉망이었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살 거라고 한 행위가 병균을 옮겨주는 놈들이라고 뭐라 하기에는 생존이 참 장렬했다.

아무튼 오후에 다시와 버릴 건 버리고 소독한 뒤에 집을 재정비한다고 했다.

덕분에 코코는 제 몸집보다 작은 박스에 몸을 구겨 넣고 동그라니 만 채 들어가 있었다.


쥐들의 행위가 웃기엔 참 그랬다.

집으로 돌아오는 좌광천은 아주 고요했다.

그저 터벅터벅 걸어오며 보는 길 위에 산수유 빨간 열매들마저 다 사라졌다.

한참을 앞만 보고 생각을 놓고 걷는데 아주 요란하고 바글바글한 소리가 들린다.

아 가장 따뜻한 위치에 햇볕이 부서지는 곳에 참새들이 옹기종기 수 십 마리가 재잘거리고 있다.

눈부시게 예쁘다. 오늘 참 잘 나왔다. 정말 예쁘다.

어제 아침은 이렇게 갔다.

아침 요가를 미루고 이 글을 쓴다.


2023.1.9 아침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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