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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Feb 10. 2023

비 오는 밤에 덧없음 하나


모처럼 비 날리네, 생각조차 날릴 거야

어둠 속을 뚫고 내리는 그 가상함이란

흩어진 우산 위로 내리는 잔해의 시들

아프고 망가진 육신을 꺼내어

조물조물 양념하는 밤의 빗소리 되어


우산 지붕은

시의 외부처럼 활짝 펼쳤지

살의 노력이란 지탱하는 것,

가끔 지붕을 만들기 위해 살들을 잃어버리지

바람에 휘어진 살들의 아우성처럼

시를 잃어버린 이들의 시는

떠밀려 온 이민자처럼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또 다른 도시의 모든 것을 얻지 못한


빗줄기로 시 한 편 내린다


2023.2.9. 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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