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버리기로 했다.
무딘 칼로 익숙해진 나는 명절에는 칼을 간다.
사은품으로 받았던 제법 그럴듯한 상표로 왔던
칼 세트들이 무겁기만 하지 크게 쓰임이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지만, 지난날 자본의 매매로 온 것이어서
미련이 남아서 버릴 수 없었다.
친정엄마에게 받았던 칼은 날이 더 없어서 오래전에
버렸고 받았던 3세트 중에 한 세트에서 일부의 칼을
그나마 쓰고 있다.
일 년에 한 번쯤 명절에 동서네가 오면 칼의 무딤을 새삼스럽게 알게 된다.
그 불편함을 조금은 알고 있어서 딸이 쓰기에 알맞은 칼세트 작은 걸 사서 갖고 있다.
요즈음 싸고 좋은 칼들이라며 광고에 올라오는데 눈에 확 들어온다.
칼을 하나 살까 망설이는 중이다.
칼을 버리지 못한 내 무딘 감각과 칼을 버리는 방법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되지 못해 망설였던 시간이 칼 버리는 방법을
알게 되어서 한 달 전에 일부를 버리고, 오늘도 잘 포장해
버리기로 했다.
문득 김훈의 《연필로 쓰기》첫 장을 펼치자 생각이 쏟아졌다.
내 속에 있던 무딘 칼들을 버리기로 했다.
잘 들지도 않은 많은 칼들을 난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었던 걸까.
칼을 버리지 못했던 무심함과 무능함과 때라는 것이 함께
돋았다.
어쩌면 잘 드는 칼을 살 수도 있겠다.
2023. 4. 21 아침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