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비주 Apr 27. 2023

지구에서 살기



기온 차가 심하다.

아침 산책길에 벗었던 마스크를 쓰고 갔다.

올해는 봄이 돋아 새싹도 싹이 트고 나무들도 무성하려니

했더니 노랗게 병든 잎들이 많이 보인다.

초록의 자리에 보이지 않던 잎들이 제법 많아서 다른 나무나 꽃들도 살펴보게 된다.

기후 탓일까. 잠시 생각해 본다.


향이 좋은 하얀 꽃, 이름이 바로 생각나지 않아 잠시 있다

생각이 났다. 치자꽃!

치자꽃이 피고 향기가 그리워지는데 치자 잎들이 노란 병든 잎이 상당히 많다.


오늘은 천천히 걸었다.

꽃들의 이름도 다시 익히고, 이곳저곳 사람의 손으로 심지 않았음에도 다른 꽃들 사이사이 올라오거나 외딴곳에

피어나는 식물들을 본다.

생명이란 가끔 묘한 감동을 준다.

녹차잎을 열심히 따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나도 용기를 내서 천변에 꽃대가 쑥 올라와서 꽃을 피운 유채꽃에서 몇 잎 땄다.

잘 자라고 있는 애들을 탐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늘 보고만 있었다.

점심에 맛을 볼 예정이다.


좌광천을 지날 때면 올라오는 돌나물, 털머위, 참취들을 보며

관상용으로인지 식용으로인지 가끔 생각에 든다.

모두 다 예쁜 꽃을 피운다.

아파트에서의 식물 키우기를 조금 전환해 볼까 생각하다

베란다가 없어진 아파트에서의 텃밭은 사치 같다.

베란다가 사라진 아파트를 그리워하다 그나마 공원이

많은 곳에서 산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그래도 마당이 그립다.

자연 햇살과 바람 속에서 자라는 그 싱싱함들을 그리워한다.

거센 비와 거친 바람에도 살아남아 계절마다 보여주는

고마움을 생각한다.


서양화가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진 풍경화라면 동양화는 다시점으로 그려진 산을 다가가서 그때그때 그려낸

자연 중심의 세계관을 이야기한 화요일의 강의가 생각난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시점에 대한 명상 강의가 요즈음 새삼스럽게 더욱 깊게 들어온다.


2023.4.26

두서없는 아침 단상

작가의 이전글 김훈의 《연필로 쓰기》를 시작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