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갈음하기

by 김비주



철쭉, 해당화, 튤립, 수선화, 붓꽃, 샤스타데이지, 매발톱과 더불어

무늬 둥굴레에도 꽃이 피었다.

할미꽃은 돌아가는 중이다.

좌광천에 무늬 비비추, 돌나물, 은초롱꽃도 오래지 않아 필 것이다.

장미가 가는 곳마다 몽우리를 머금고 기다리고 있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이 지나가고 거리엔 이팝으로 가득하다.

늘 예쁘게 피어서 눈을 사로잡던 박태기나무도 색이 바래고

라일락도 소리 없이 졌다.

낮은 곳엔 꽃잔디와 패랭이가 피어나고 토끼풀도 예쁘게

피어서 걷는 이가 미소를 짓게 한다.

일요일의 아침 산책은 고요하다.

늘 만나는 코코와 큰이 길동이가 없으면 그저 그림 같은 풍경이

바람에 가끔 휘날릴 뿐이다.

고요해서 자전 타는 이들이 더욱 경쾌해 보이고, 시내 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톡톡 솟아오르며 물속에 있음을 알린다.


오래지 않아서 피어날 모든 여름꽃들이 벌써 생각나는 아침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과학적 사실에 잠시 생각을 멈춰

시간과 공간 속에 나를 놓는다

집으로 돌아와서 올해도 예쁘게 피어준 덴드롱에 고마움을 전한다.


2023.4.22.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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