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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May 25. 2023

오월 끝자락에 앉아


벌써 오월도 끝자락이다.

경조사가 많은 달이다.

시작하는 이와 끝맺음하는 이의 교차 시간에

살아 있어서, 마음 줄 것을 찾다 젓가락나물에 꽂혔다.

요즈음 좌광천은 야생화 천국이다.

책을 통해서 이름을 찾아 익힌 꽃이 젓가락나물이다.

노란 별이 지상에 피어 있다.

무더기로, 홀로.

가끔 데려와서 꽂아두면 우리 공간에 오랫동안 머무른다.

참 예쁜 꽃, 더불어 보라색 토끼풀도 일품이다.

어디에서나 솟아오른 꽃, 아니 풀.


장미가 온 향기를 날리며 코와 눈을 잡을 때도

풀냄새가 비릿하기까지 한 이들의 이쁨을 눈감을 수 없다.

여기에 너무나 많이 피어 있어서 미미한 존재인 개망초도

데려와 작은 병에 꽂아두면 오랫동안 즐거움을 준다.

어디에나 있어서, 너무나 많아서, 작아서 눈에 띄지 않는

이들이 많은 위로가 되는 것은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라도 사랑하지 않으면 화려하고 큰 꽃들 사이에서

어쩌다 보는 이조차 없을지 모른다는 기우일 수도 있다.


5월은 자갈치와 남포동으로 갈 일이 있어서 나갔다.

어제 간 남포동, 광복동 미화당 백화점(지금 ABC 마트)과 먹자골목 주위를 지나가며, 젊음의 한편을 둘러보았다.

미화당 골목 뒤 용두골은 사라지고 원산면옥은 그대로 있는 것

같다.

6월엔 조금 이른 시간에 나가 광복동, 남포동 일대, 깡통시장

먹자골목 내의 당면도 먹어볼까 생각 중이다.

아직도 개미집은 보이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며 기웃거리던

날들이 보인다. 용두산 공원 쪽에 가까워지면 일본책을

팔던 서점들이 있었고 북경 중국어 학원도 있었다.

처음 배우던 성조가 낯설고 원장님이 유덕화를 닮았다는 생각이 난다.

생각이 일자 참 많은 생각들이 솟아오른다.


야생화의 생명력처럼 저 밑 어디에선가 여리고 약한 얼굴로 지난 기억은 솟아올라 새롭게 한다.

잘 살아서 예쁜 꽃을 피워주렴


2023.5.25 무던히 생각이 일다.


필라테스 가면서 보니 아파트 화단 야생화들은

다 사라졌다.

잡초로 정리되고 말았다.

좌광천 애들은 그대로 아직 있으니 내일 아침 산책에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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