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묻지 않고 걸어야 한다.
습습한 생각들을 길 위에 놓아두고.
길은 모든 걸 준다.
좌광천변 비바람에 많은 꽃이 졌던 장미들도
다시 꽃대를 세우고 서양벌 노랑이도 다시 자라고 있다.
서양벌 노랑이는 번식 능력이 뛰어나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뻗어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야생화들은 엄청난 속도로 땅 위에 여리디 여린
모습으로 피어난다.
어느 날 잡풀로 제거되어도 또 다른 모습으로 곳곳에 피어난다.
고들빼기, 갓, 괭이밥, 땅채송화, 달개비 등
땅으로 돌아가는 모든 꽃들은 갈색, 땅의 색으로 바뀐다.
참나리의 검은 씨앗이 드러나게 매달려 있다.
참 대단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김 훈의 똥과 밥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영도 깡깡이 마을에 대한 인문학 걷기에 참여했다.
날은 덥고 습습했지만 삶은 더 습습했다.
얼룩진 역사들과 살아 낸 역사들이 글과 거리에 남아서
현재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잘 정리해 가는
일이 삶의 모습이길 바라며, 요즈음 부산의 옛 도시로 나가는
날이 많아졌다.
영도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부산에 남은 일본의 흔적 등을
보며 도시의 생성과 쇠락과 변화를 본다.
부산에 살며, 이제야 부산을 본다.
2023.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