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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Oct 29. 2023

살아보면  알아

김비주



오래 걸리리라 생각했지

살아 본 경험에 의하면

절대 낮아지지 않아 산 위의 구름은

어제 보던 둥근달이 휘영청 걸린 건

내 낮은 눈이 예쁘게도 높이 볼 줄 알아서이지


높은 것들은 다 하늘을 향하지

땅 위의 작은 것들에게서 달아나 자꾸만 높아지지

납작 엎드려서 뚫고 나온 흙 위에 몸을 펼치는 동안

낮은 햇살과 낮은 바람이 말을 걸지


아침을 열던 해님이, 지나가던 바람이 말했지

가끔 데려오리라고 고요한 시간에 빗님을

지나가던 강아지가 너무 예뻐서 마음을 보냈지

고놈이 생글거리며 주인의 줄을 튕기며 와서

살랑거렸지


난 활짝 어린애처럼 소리 내어 웃었지

애, 애 온다

지 좋아한다고

눈을 마주치며 꼬리를 흔들던 고놈이

궁둥일 건들거리며 가는 거지, 유쾌한 하루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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