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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Dec 20. 2023

노박덩굴나무


버릴 게 없네

갓 자라난 어린 순을

나물로 데쳐 먹고

껍질 속에 실을 감추고

산채 가운데서는

먹을 만한 것이라네


작은 계란이여!

가난한 이의 영양분이 되는

너는 둥근 황갈색의 열매

다른 나무를 칭칭 감으며  

자라는 노박덩굴나무


여름 내내 초록구슬을

자랑하더니

이 가을 피었네

혼자 힘으로 하늘을

오를 수 없는 것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햇빛을 머금고 무럭무럭  자라지만

칡과는 달리 길을 빌려준 나무에게

피해를 주지 않네


뱀을 닮은 등나무라

남사(南蛇)라 불리네

낙상홍의 사촌인 덩굴 낙상홍

봄에는 나물로 가난한 이들의

좋은 친구 금홍수여


껍질엔 실을 품고

풍습(風濕)을 없애주는  

버릴 것 하나 없는 귀한 이여

온전한 너를 내주고

이 가을 주황으로  돌아왔네


2015.11.18



한동안 나무들을 썼던 적이 있었네요.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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