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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는 괜찮은 걸까?

by 김비주

잦아들었다.

생각이 사위 듯이 나의 생활 반경도

집이라는 공간에 국한되어 갔다.

내가 외로운 건지, 아직도 생활이 나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닌 건지.


나는 참고 기다린 데 익숙한 사람이다.

어린 나에겐 혼자 노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같은 일이자 익숙한 일이었다.

책만 있다면 그리 불편할 줄 몰랐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생의 후반에 조차 이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불편한 이유들이 늘 가려지기 위해 혼자 애쓰면

어느 정도 극복될 수 있다고 믿었고 지금도 그렇다.

어느 순간 밖으로 나가는 일이 불편해졌다.

정말 큰 용기를 내지 않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시들해졌다.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 가보고 싶은 곳이 맹숭맹숭해졌다.

사람이란 감동이 시들해진다는 건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는 건 아닐지?

읽던 책들도 잠시 손을 놓고 그저 주어진 순간에 싸여 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어머니를 더 많이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서야

생의 전반이 어머니의 삶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되돌아보게 한다.

바빠서 놓친 일상들이 생각도 나고 혼자 참아내는 일상적인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힘들다고 말하고 살자.

힘들어요 소리도 쳐보자.

힘들어도 이게 잘 안된다.

너무도 잘 참고 잘 견딘 삶이 현재의 내가 된 것 같다.

어려움과 아픔에 무딘 감각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를

처음으로 인정해 본다.


늘 작은 일에도 일상에도 감사가 넘치는 행복 세포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잠자리에 누울 때도 그저 행복하다.

행복해하는 말을 나도 모르게 한다.


현재의 내가 괜찮은 걸까?

늦은 나이에 물어보고 싶었다.


2024.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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