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비오는 날의 소고
by
김비주
Apr 3. 2024
떨어지고 있다 구겨지는 생들 물방울의 속도로 낙하하는
둥근 세계가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헤매일 때 오랜 시간을 움켜잡은 망설임이 툭툭 부서지고 있다
모딜리아니, 긴 목의 에뷔테른이 저 세상으로 신호를 보내고 책의 지문은 무거워진다
초록 요정들이 옷을 짓고 말라가는 쪽의 음울이
거세어지는 화면을 넘어서 시린 이를 건드린다
덜그럭거리는 아침, 풀잎의 냄새를 건너 열심히 가는 중
메마른 대지를 가로지르고 물방울의 낙하가 그립다
치솟아 오르던 풀들이 추위를 감싸고 손바닥을 두드린다
톡톡톡 떨어지는 생각들 이불 속은 평온하다
창문의 시야가 텅텅 빈 들을 나르고 하나둘 떨어지는
물방울의 노래로 젖어간다
새는 페루에서 죽고 로맹가리 바다에 잠들다
바다의 물방울들 다시 태어나고
늘 망설이는 시간, 젖어서 건너던 일상을 접어가는 오후
말을 아끼던 세계가 젖어 있다
물방울의 오랜 망설임이 걸린다
시집«봄길, 영화처럼»에서
봄, 시집을 소환해보네요.
keyword
물방울
세계
시간
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김비주
직업
시인
김비주 작가의 브런치입니다. 시를 좋아하던 애독자가 40년이 지나서 시인이 되었어요. 시를 만나는 순간을 시로 기록하고 싶어요.
구독자
53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머릿속의 거위
4월이란 슬픔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