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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un 01. 2024

나도 작은 벌레였을까


샤스타데이지 피울 날을 기다리다

오밀조밀한 작은놈들이

꽃대에 오르는 걸 본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눈곱만 한 놈들이 어디서 온 걸까

화장지를 빼서 가만히 꽃대 위의 놈들을 잡는다

보라색 물로 화장지의 면들을 적시며

사라지는 것들

작은 점 하나가 날개를 입고 오르다 사死했다

이미 사한 것이다

꽃대의 곳곳에 알을 슬어 생을 즐기던 작은 벌레

당연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꽃이 소중한 걸까

벌레들이 안타까운 걸까

여전히 손에 쥔 화장지에는 보라색 물

몸이 톡톡 터지며 점들이 뭉그러질 때

나의 생각들도 뭉그러진다


2018.4.1.


시집《그 해 여름은 모노톤으로》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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