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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비주 Jun 10. 2024

한 줄의 아침

빛에 마음이 쏠리는 사람은 원근법으로 산맥을 해석하기 힘들어한다라는 첫 구절이 마음을 자극했고 김훈은 사진가 강운구를 말했다.

원근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를 지상의 한 점 위에 결박하고, 세상을 내다본다는 점에 한참이나 머물다 글을 쓴다.


봄은 왔고 집은 후줄근해져서 고장 난 곳이 크게 부각된 거실 공용 욕실의 세면대와 변기를 갈고, 싱크대를 통으로 갈았다.

넓고 깊은 홀과 폭포수 수전을 가진 이것은 주방을 놀랍도록 당당하게 보이게 했다.

드디어 거실 장의 아들 옷을 모두 베란다 옷장으로 정리하고

비워 두었다.

이제 아들은 가끔 손님처럼 집을 다녀갈 것이다.

서울로 간 지 벌써 6개월째 떠난 이의 그늘들이 다른 색으로

채워지며 어젠 이케아를 처음으로 가서 사 왔던 봄과 여름을 데려온 커튼을 딸 방과 아들 방에 갈았다.


소형 화분의 장미들도 4개나 만들었고, 수경재배를 위한 워터코인도 왔고 활짝 핀 꽃들이 예쁜 카랑코에 하나를 이케아에서 데려 왔다.

집은 눈부시게 정리 되었으며 밀린 화분들 재정비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세척 마사토를 쿠팡에서 사준 딸의 안목으로 화분들은 깨끗한 옷을 덧대어 입었다.

집 정리가 5월 한 달 동안 이루어졌으며, 6월의 첫 주가 지나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이른 새벽에 김훈의 책은 신라 애증왕을 살펴보게 했으며

신이한 일들의 주인공이라 생각하다 권력의 덧없음과 부대낌이

너무나 세속적인 일이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직도 이어지는 인간 욕망의 권력에의 갈증과 부의 편집증적인 증세를 감히 삶이라 생각해본다.

다음 페이지에 사람의 시선이 원근법으로 결박되어 있으면

부자유를 가져오며, 이 부자유는 사람들의 눈 속에 편안하게 제도화되어 있고 그렇게 본 세상은 납작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 입지를 버려야 세상의 온전한 모습이 보인다는 김 훈의 말이 오래도록 남아서 이 한 줄 때문에 아침 글을 쓴다.


2024. 6. 10 잠시, 단상  김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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