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진화

by 김비주



푸른 말소리 그립다

댕그랑댕그랑 울리는 소리


지구 한가운데 솟아나서


이쪽 저쪽 끝에 그리움을 매달고

궁시렁거리는 날

푸른 눈의 여자와 까만 눈의 여자가

가벼워진 시간을 안고

풀숲을 제치고


가끔은

나무 흔들리도록

큰소리로 지껄여 대고

따뜻한 말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서

작은 소녀처럼 목젖을 젖히고

웃을 수 있다면


햇살의 눈을 비집고 떠다니는

고요를 집 안으로 들여서

티브이 화면에 띄우게 하고

고양이 옆으로 데려와

오수를 즐기게 하여

아,

나도 한 페이지 책으로 넘겨질 것을


마른 호흡으로 가벼워져

머무르고 싶다


2017.8.16


시집《오후 석 점 바람의 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순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