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기억

by 김비주


사과를 좋아했다 책도 좋아했다

과수원이나 책방에 시집가기를 바라던

어머니도 가신 지 오래

어려운 시절 그리운 것들을 취하는

방법을 잊은 지 오래


책은

가뭄의 뒤끝을 해갈하는 단비

꿈을 키워가는 통로


서점 주인이었으면 했다

책을 사러 오는 이들에게 미소 지으며

책을 권해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쁨에 들뜨기도


세월이 지나 프랑스 소설, 바닷가 언덕 북카페의 풍광이 너무도 아름다워

청사포 언덕 어디쯤 북카페 열어 고운 차 건네며 작은 수다로 살고


책은 늘 자라고 있었고 꿈은 늘 바뀌었다


엘리아스카네티의 현혹에서 나오는 주인공처럼

도서관 같은 서재를 갖고 싶었다

일상을 건너며 끊임없이 배는 고팠고 책들은 배고픔을 일깨우는 상징물이 되어갔다


불발의 건네지 않는 총은 늘 가슴에 있고


한쪽 눈을 감고 누군가를 향해 당겨질 책들의 추억은

나풀거리던 발길 사이로 초등도서관에 있었다


육십 명의 아이들의 숫자만큼 책이 있었고 아이들은 내 꿈을 도왔던 또 다른 책들


오랜 기억 속엔 숱한 동화가 있고

무지개마을은 라디오 속의 또 다른 책이었다


20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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