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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백산 Jul 25. 2019

#1 내 커리어, 객관적으로 보기

이때는 미처 몰랐다. 가시밭길 같은 앞날을

왜 새로운 Job을 찾게 됐는지,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글로 갈음한다. 아주 간단히만 소개하자면 더 이상 창업가처럼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이 회사의 리더로서 창업자 (Cofounder) 같은 마음으로 일할 수 없다면, 다른 일을 찾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 더 이상 창업자처럼 일할만한 동기와 에너지가 안 나왔을까? 이건 딱 떨어지는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지만, 가장 컸던 것 중 하나는 1) 우리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세상에 만들고 싶은 나의 패션은 아니라는 것과, 2)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는 방식이 나라는 사람과 정확히 맞지는 않다는 데에 있었다. 


그러면서 내 지금 상황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래는 링크딘에 적어놓은 내 경력이다. 

정말로 일관성 없는 나의 경험

나의 경력을 쉽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대학교와 MBA에서 경영을 공부했다. MBA 전에는 군대와 정부 경험이 있었고, MBA 부터 이후의 대부분의 경험은 스타트업에서 다양한 일을 한 것 (Generalyst)로 일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자라고 MBA때 미국에 온 케이스였다. 


주요 포인트를 꼽아보자면 

- 한 줄로 요약: US/Korea + Diverse experience, strong generalist

- 산업군(Industry): 하드웨어, 소셜미디어, 스마트 디바이스, 퍼블릭 섹터

- 전문영역(Function): 스타트업 오퍼레이션, 컨설팅과 같은 제너럴리스트 

- 회사 사이즈(Size of the company): 5명 회사에서부터 1000명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봄 


그래, 문득 돌이켜 보니, 내 커리어는 일관성도 없고, 전략도 없는 커리어가 되어가고 있었다. 분명 그때그때는 최선을 다해서, 정말 고민 많이 하고 내린 결정이었는데, 새로운 일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 전혀 한우물을 파지 못했다. 30대 중후반, 보통 10년 이상씩 한 분야에서 이제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난 전혀 그러지 못했다. 시장에 나가서, 특히 한국 외의 시장에서 알아줄만한 브랜드 네임도 없었다. 똑똑한 컨설턴트 타입의 사람으로서 그 흔해 보이는 (?) 컨설텅 회사도 경력에 없었고 (매킨지, BCG, Bain 등), 재무도 잘 이해한다고는 하지만 뱅킹 경력이나, 완전 재무전문가 트랙을 밟은 것도 아니었다. 테크 기업에서 이름 들으면 알만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시스코,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등 이런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이도 있었고, 어찌 보면 쓸데없이 (?) 고퀄로 비칠 수도 있는 부담스러운 스타트업 임원 경력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고, MBA 전 한국에서의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무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미국에서 정부 경험은 특히 실리콘밸리에선 전혀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 테크 기업에서 VP까지 올라간, 나를 잘 아는 선배형은, 안타까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런 이야기까지 해줬다. 틀린 게 하나도 없는 말이었다. 


"산, 지금까지 직장을 선택함에 있어서, 커리어를 쌓아간다는 관점에서 의도적으로 한 부분이 얼마나 있었어? 그런 게 너무 없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우리 인생 길잖아. 이제 다음 초이스는 좀 그런 거 신경 많이 쓰고 내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그래, 지금까지 해본 것, 가진 것 - 미국/한국의 경험, 다양한 인더스트리와 사이즈의 회사 경험, 제너럴리스트 경험 - 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은 아래와 같아 보였다. 


1. 한국에 돌아가서 테크 기업이나 VC에 조인하기
2. 한국에 돌아가서 정부 경력을 살린 분야에서 일하기
3. 미국에서 한국계 기업에 들어가거나 한국을 대상으로 한 일을 하기 (한국기업의 미국/글로벌 진출, 미국 기업의 한국 진출) 
4. 미국/한국에서 얼리 스테이지 회사, 특히 하드웨어나 소비재 회사의 초기 임원으로 일하기 
5. 창업


문제는 내가 선택하고 싶은 옵션들은 여기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후의 글에 자세히 적겠지만 난 아래 옵션들이 가장 끌렸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고 객관적으로 분명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1. FAAN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퍼블릭 회사에 들어가기 (미국 본사 or 아시아) 

2. 빠르게 성장하는, Pre-IPO 기업 또는 Late stage 회사에 들어가기 (Slack, Zoom, Flexport 등)  

3. 미국/글로벌 벤처캐피털(VC) 


그리고 앞으로 5년 후쯤, 40이 넘었을 때 커리어 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고 적어봤다.


전문분야 (Function)   

Bizops professionals for growing start up (Data driven Bizops)                      

Investment (VC)                      

Speciality: Finance? FP&A? Sales/CS Ops? GM?              

Industry   

Preferred: B2B SaaS, cloud                     Indifferent: HW/IoT - E-commerce/Marketplace/etc  

Not-interested: No tech              


    Japanese/Korean/English. 세 언어를 다 하고 마켓에 대한 이해가 다 있는 사람.   


그래, 그래도 제대로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 이때는 미처 몰랐다. 얼마나 가시밭길 같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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