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릴 때까지 두드리기, 끈질기게
"산, 이제 이쯤 돼서 리크루팅은 거의 100% 다 네트워킹 밖에 없어.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여줄게"
오랜만에 만난 하버드, 메킨지, VMWare 등 이름만 들으면 다 알만한 회사를 나온 스탠퍼드 MBA 동기가 내게 해 준 말이다. 그 친구가 보여준 구글닥에는 본인의 산업군에서 본인과 관련 있는 회사 이름, 거기에 있는 리크루터 이름과 연락처, 지인의 연락처와 현재 진행상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히야, 이렇게 모든 게 갖춰진 것 같은 친구도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하면서 몇 개월씩 리크루팅 하는데, 나는 진짜 갈길이 멀구나.
내 주위에서 듣는 경력직 채용 스토리도 거의다 두 가지 중 하나였다. 1) 하나는 원래 알던 사람이 끌어줘서, 직전에 같이 일해본 전 직장 상사나 동료가 끌어줘서 취직하는 경우 2) 또 하나는 워낙에 직전 경력이 훌륭하고 큰 회사에서 검증된 일을 해본 경우라 좀 더 작은 회사로 옮기는 것 (구글에서 Product Manager를 하다가 더 작은 스타트업의 PM으로 조인). 나는 둘다에 해당사항이 없었기에, 더 네트워킹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스타트업에서 오퍼레이션, 비즈니스 오퍼레이션 (Bizops)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초청에 기반한 네트워킹 모임인 구 Bay Area Operators (Bay area를 넘어 다른 곳으로도 진출하여 Operators Guild 란 이름으로 곧 리브랜딩 한다). MBA 동기, 선후배 중 나와 비슷한 일을 담당한 친구 몇이 이 모임에 속해있는 것을 보고 관심이 생겨서 지원하고 들어가게 됐다. 이 모임을 만든 Casey Woo라는 친구와 샌프란 WeWork에서 만난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케이시: 반가워, 어떻게 우리 모임에 대해 알게 됐어?
산: 반가워. 내 친구 중 이 친구 저 친구가 여기 속해 있더라고. 마침 Start up의 Operations 리더로 일하면서 항상 비슷한 일 하는 사람과 정보공유에 목말라 있는데 이걸 찾고 너무 반가웠어.
케이시: 맞아. 진짜 우리가 그래서 이거 몇 년 전에 만들었다니까. 처음엔 한 10-20명이었는데 어느새 수백 명이 됐어. 그만큼 Bizops 가 정말 hot하고, 우리끼리 서로 교류하며 도울 필요가 큰 것 같아. 어떤 일을 해왔니 넌?
산: 난 팀에 여섯 번째로 조인해서 이런저런 저런 일을 다 해봤어. 이제 펀드레이징도 마쳤고 해서 다음 경험은 어떤 쪽으로 갈지 고민이야.
케이시: 나랑 매우 비슷한 경험 많이 했네. 그래. 이제는 큰 회사를 한번 경험해봐도 좋을 거야. 너무 작은 회사에만 있으면 계속 작은 회사밖에 못 가지만 다양한 경험 하면 큰 회사도 갈 수 있고 작은 회사도 갈 수 있으니까. 블라블라.
그러고 나서 나중에는 운영진의 한 명으로 참여해서 OG (BAO)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정비하고 효율화하는 역할을 돕게 되었다. 여기서 하는 각종 네트워킹 모임에는 늘 다양한 회사의 Finance, Operations leader들이 참여해서 매우 의미 있는 대화를 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고, 여기서 생긴 네트워크에서 자연스레 인터뷰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BAO에 속해있던 내 MBA1년 후배, Kyle 이란 친구와 만나 이야기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산, 우리같이 Bizpops 채용만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리크루터가 있어. 컨설팅 출신으로 회사에서 Bizops로 직접 일하다가, Bizops에 집중한 리크루터가 없다는 걸 발견하고 본인이 직접 차렸어. 한번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
그래서 골든게이트 리 크룻 이란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Phil이란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Phil은 다양한 네트워크와 인터뷰 기회를 줬다. 보통 100명 남짓된 회사를 많이 알고 있었고, Growth 쪽 롤을 많이 추천해줬다. 몇몇 인터뷰에 있어서 내 쿼터백처럼 일해준 참 고마웠던 친구이다.
관심 가는 회사를 찾으면 가장 먼저 한 것은 GSB 출신이 있는지 링크딘에서 찾아서 메시지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많은 경우 동문들은 시간을 내줬고 채용 팀에 지원서를 내는 걸 도와줬다.
올해 초에는 MBA 졸업생들이 약 한 달에 한번 정도씩 만나서 서로의 커리어 발전을 도와주는 Alumni circle, 그중에서도 아시안에 초점을 맞춘 모임에도 참석했다. 갓 졸업한 친구부터 이미 은퇴한 분까지, 인도계, 중국계,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안 어메리컨 등 다양한 사람 약 10명 남짓이 모여서 서로의 커리어 고민이나 네트워크를 나누는 자리였는데, 아주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나의 스토리를 다른 사람에게 검증하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커리어 고민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예를 들면 1주, 1달, 1분기, 1년의 골을 세워서 서로 나눈다든지, 더 개선하고 싶은 3가지 스킬과 개선방법을 적어서 발표한다든지 이런 걸 해봤는데 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나눈 재미가 쏠쏠했다.
그리고 MBA 다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커리어 센터의 직원들에게도 연락해서 괜찮은 회사나 사람 소개를 받기도 했다. 아래는 센터에서 보내준 빠르게 성장하는 주목할 만 회사 리스트였다. 너무 많아서 팔로업 할 수도 없었지만
Forbes Hot 50 and Forbes Most Innovative Companies
LinkedIn List Disruptive Tech and LinkedIn Startup List
Wealthfront Career Launching Companies List
Fast Company Most Innovative Companies
BCG Perspective (interactive) - Most Innovative Companies
Fastest Growing Companies - Fortune
Inc. Fastest Growing Companies
그리고 스타트업 구직할 때에 특히, 투자자에게 괜찮은 회사 소개를 많이 부탁했다. 크게 보면 아래 세 가지 전략이었다. VC를 통할 경우 상대방 회사에서 답하는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1. 지인이 근무하는 벤처캐피털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포트폴리오 회사를 검색하고, 그 회사 중 꼭 이야기해보고 싶은 회사가 있으면 지인에게 소개를 부탁
2. 벤처캐피털에 근무하는 지인과 만나서 전반적으로 나의 관심사를 설명하고 피투자사 중 핏이 맞을만한 회사가 있는지 물어봄
3.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회사가 있으면 그 회사에 투자한 투자사를 찾아서 거기 VC 들과 어떻게든 네트워킹을 해봄
위의 방법으로 타깃을 찾았다면 이제는 소개를 부탁해야 했다. 앞선 글에서도 썼지만 1) 간결하고도 임팩트 있게 본인의 스토리를 blurb으로 표현하는 것과 2) 받는 사람이 내가 소개를 원하는 사람에게 쉽게 포워딩하고 커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 집중했다. 아래는 Sonder라는 회사와 커넥받기 위해서, 그 회사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펌에 근무하는 내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Title: Request: e-intro to Sonder
Hi Mike,
Hope all is well. May I ask you a huge favor? Do you happen to know anyone at Sonder and if yes, willing to make an e-intro? I got really interested in this space after talking to Zeus Living but figured they are just too early. I found this position - Director of Supply Chain Fulfillment Operations most intriguing and open to explore other roles as well. Thank you for the consideration. Let me attach a short blurb that you can forward.
- 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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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 like to e-intro you to San Baek, a Stanford GSB classmate. He's been leading Operations/Finance (acting COO) at a growing tech company called Awair after business school, scaling company from pre-product to Series B. He is a true hustler who brings a ton of energy and passion to anyone around him. He'd love to learn more about opportunity at Sonder so wondering if you are willing to talk to him. ᐧ
네트워킹도 좋고 다 좋았는데, 문제는 너무 정신없이 많은 회사와 이야기하다 보니 도무지 이 모든 걸 정리할 여력이 안 생기는 것이었다. 수많은 이메일, 링크딘, 캘린더의 홍수에 허덕이고 있을 때, 먼저 리크루팅을 거쳐간 친구가 소중한 팁을 줬다.
"산, 구직하는 거 이거 세일즈 하는 거랑, 펀딩 하는 거랑 너무 비슷해.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잘 관리하는 걸 추천해. 크롬 플러그인 Streak 이란 툴 써봐. 진짜 쓰기 쉽고, 관리하기 너무 편해. "
그리고 집에 와서 당장 해봤는데 너무 좋았다. 뭔가 관리가 되고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걸 아내에게도 보여주니 너무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