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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Baek Jul 25. 2019

#11 일본에서 일한다는 것

외국인 직장인에게 일본은 상당히 괜찮은 곳이었다 

일본에 있는 일주일 동안, 아니 그전부터, 일본에 있는 다양한 지인들에게 일본이란 나라와 시장에 대하여, 앞으로의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본인이 일하고 있다면 본인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 물어봤다. 아래 그 주요 내용들을 소개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일본은 크고 최근 경기가 좋아서 많은 직장인들에게 일본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다. 깊은 역사와 세계에서 가장 다채롭고 특색 있기로 한 일본의 문화, 그 맛(the richness)을 누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의 삶을 즐기고 향유하고 있었다. 


질문 1. 일본 시장에 기회가 있는가? 어떤 기회가 있는가? 있다면 왜 있는가? 

일본 시장은 크다. 그리고 아직 안된 게 많아서 기회가 많다. 


일본 시장은 크다. 중산층이 넓다. 중국이 그렇게 커서 이제는 세계 3위 경제이지만, 독보적인 3위이다. 스타터 업 시장만 보면 한국보다 일본이 20배 이상 크다고 본다. 펀딩 규모만 보더라도 대부분이 100억~1000억 수준이다. 정치적인 지원도 크다. 전직 시장 자체가 한국의 20배 정도다.


한국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4차 산업혁명에서 보면 일본은 아직 안된 게 너무 많다. 모바일 관점만 봐도 기회가 정말 많다. 아직 모바일 앱이나 서비스가 포화(saturate) 되지 않았다. 왜 나고? 다양한 이슈들이 있는 게 특히 진입장벽이 큰 게 주요 이유다. (규제가 많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팀(product team)을 채용하기 어렵다.)


규제는 한국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 아직 관치금융이고 관치행정이다. 사람들이 정부에 불만을 이야기를 못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쯤 돼야 한다.


일본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의 문제도 크다. 한국보다 훨씬 천천히, 훨씬 위험회피적이다. 같이 일하다 보면 답답해 미칠 때도 있다. 여기 회사들 만나보면, 전통적인 금융업이나 제조업 회사들은 넥타이 매고 회사 와서 거의 군대에 가까운 생활 (오피스가 전체적으로 엄~~~ 청 조용하고 서로 말도 소곤소곤하는 느낌)을 하고 있다. 


일본 사람들의 행태, 소비패턴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아직도 현금을 주로 쓰는 나라다.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진짜 섬나라다. 


그래서 진짜 기회가 있다. 특히 한국의 해외진출 시장으로서 의미가 크다. 일본 산업이 느리기에, 한국의 서비스가 일본에 침투하거나, 똑똑하고 진취적인 한국사람이 일본 사람보다 더 일본 서비스를 잘 만들면 된다. 한국인이 글로벌 진출을 해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유일한 시장이 아닐까 한다. 라인이 대표적인 예이고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비고: 한국과 일본 시장의 시너지에 비해 시장이 달라서 단순히 이쪽 서비스를 저쪽으로 진출하는 건 어렵다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었다.)


일본 최근 분위기가 괜찮다. 저점을 지나고 계속 올라가는 분위기이고 인력난이 심하다. 


일본에서 일한 지 십 년이 넘었는데, 요즘만큼 잡마켓이 좋은걸 본 적이 없다. 일본어가 되면 취직할 수 있는 곳이 부지기수다. 일본 산업이 아날로그였는데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기회가 넘쳐나고 있다. 해외진출에 대한 공감대와 니즈도 커져가고 있는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인력은 정말 부족하다. 


일본에서의 사업은 결국 국내 시장을 보고 할 확률이 높다. 


일본에서 글로벌 마켓에 갈만한 서비스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봐. 분명 최근의 인터넷, 모바일 이런 분야가 아닌 전통 제조업이나, 각종 분야의 장인들을 봤을 때 일본 기업이 세계 경쟁력이 있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왜 지금까지 세계화가 안되어있을까? 이걸 먼저 이해하는 게 필요해. 일본의 탄탄한 중소기업들은 네 생각대로 글로벌 기회들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적극적이지가 않아.  이유는 일본 시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이기도 하고, 글로벌 진출 시 여러 제반 문제를 언어 및 문화 차이 등으로 어려워하기도 해서인 거 같아... 결국 일본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영어를 잘하거나, 해외로 무조건 나가야 할 만큼 작은 땅 & 경제에서 살지 않기 때문일 거야. 


일본의 탄탄한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관련해서, 이들 기업을 해외자본시장과 연결하는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이 더 활발해질 것 같냐고? 이런 니즈가 앞으로 더 있을 것 같냐고? 글쎄. 이 영역을 단지 PE나 VC로 보면 안 되는 것이, 일본에서 이런 외부자금에 의한 빠른 성장이나 타 기업과의 M&A가 활발하지 않은 것은, 한 회사를 단 회사로서만 보기보다는 예전부터 지방분권으로 살아왔던 자기들의 삶의 공동체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한국보다 훨씬 심하고. 그러다 보니 이런 인수 제안 등이 거의 경제적 관점에서만 고려되는 미국과는 달리, 일단 모욕적일 수 있고, 서로 간에 그래서 조심하는 곳이어서... 암튼 그런 문화가 굉장히 강해서 난 한국/미국/남미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에 사는 기분이야. 


그래서 만약에 나중에 네가 이런 일본 기술의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막연히 하려고 했을 때, Why 백산? 이 설명되려면 i) 아주 유창한 일본인 수준의 일본어와 ii)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와 iii) 일본 회사에서의 평판(Reputation)과 iv) 일본 친구들 등 인맥과 v) 일본 회사에서 이런 일을 해 냈다는 Track Record 등 다양한 사회적 자산이 필요할 텐데, 짧은 시간에 얻어지지는 않겠지.  네가 i)~v)를 다 갖춰도 네게 기회를 줄만한 회사를 만날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불확실성이고.

- 종합해보면 당분간은 적어도 일본 국내 시장을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봐. 


질문 2. 일본 시장에 기회가 있다면, 영어를 하는 한국인 또는 외국인에겐 어떤 기회가 있는가? 


한국인 (또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할 기회는 분명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 사람은 일본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국인의 진취성과 저돌성, Grit이 경쟁력이 있다. 일본 사람은 정말 모범생이다. 모든 걸 룰에 따라서 하나씩 한다. 그래서 한국보다 느릴 수밖에 없다. 


해외 인력한테 좋은 비자나 영주권을 준다. (고도 인력 비자 + 1년 후 영주권). 영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외국인으로서 포지셔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국사람한테 대한 편견이 있지 않은가? 아니다. 물론 마음의 장벽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지금 일본 사람과 일본 기업에게 있어서 외국인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이고, 파트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사람을 특별히 낮춰보거나 하지  않는다. 똑같은 외국사람으로 본다. 오히려 한국사람을 선호하는 면이 크다. 언어 습득 능력이 빠르고, 아이디어도 좋고, HR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빠르다고 생각한다. 단 일본 사람에 비해선 팀워크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이 30대 중후반, 일본어 하나 못하는 내가 일본 시장에 베팅하는 것을 추천하느냐? 대부분 추천 (일부 비추) 


강력추천: 어떤 직장을 갈지를 떠나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경험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이가 80까지 일한다는 상황으로 봤을 때, unique 해지지 않으면 어렵다. 회사 내부에서의 경쟁력이 아니라 글로벌한 경쟁력으로 봐야 한다. 처음에 일본어를 못하면 물론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적이겠지만 초반엔 일본에 대해 많이 배우면서, 한 3년은 언어/문화 등의 적응기라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걸 추천한다. 


추천: 일본 시장을 이해하는 한국사람은 아시아 태평양 (APAC) 헤드를 할 수 있다. 일본 시장이 워낙 크기에 APAC 헤드 오피스를 일본에 두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일본 사람은 영어도 잘 못하고, 일본 외의 시장을 커버할 진취성이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대부분 안된다는 거다. 그래서 한국사람이 일본까지 먹으면 얼마든지 글로벌 회사의 APAC헤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 시장 자체만 보더라도 워낙에 크다. 시장 사이즈에 비해 영어 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기회는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비추: 일본 시장에 베팅한다는 생각이 좀 애매하다. 일본 사람이 미국 진출하려면 미국 사람이나 일본계 미국 사람 쓸 거다. 반대면 그 반대고. 결국엔 아웃사이더인데, 특정 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이렇게 되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구체적인 옵션이 뭐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구글, 아마존 등의 빅 테크 기업에서 몇 년간 일본어를 배우며 안착해라.


현실적으로 일본어를 못하고 영어를 하는 한국인이 올 수 있는 회사는 빅 테크 회사(구글, 아마존 등)로 몇 개 되지 않는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경영진이 아직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일본어를 못하는 사람이 빅 테크 (구글/우버/아마존 등)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파트너십이나 세일즈는 로컬마켓을 모르므로 어렵다. 내부 오퍼레이션이나 제품 개발이 가능한 영역일 것이다. 라쿠텐/유니클로처럼 최근에 아예 공용어를 영어로 바꾼 일본의 글로벌 회사도 분명 가능한 옵션이다. 이 기업들은 일본 기업이기에 (태생이) 일본 사람처럼 일하고, 일하는 사람의 만족도가 낮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래도 기회는 있을 거다. 라인도 괜찮다. 라인이 일본에서 갖는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 한국의 카톡이라도 보면 된다. 여기서 일하면 다른 기회도 분명 생길 거다. 


벤처캐피털(VC)은 별로 없다. 스타트업이 많지 않고, 은행권이 잘되어 있고 해서 발달되지 않았다. 일본의 자본시장은 참 독특하다. 은행이 기업과 같이 성장하고, 매우 적극적으로 자본조달에 관여한다. 


질문 3. 일본에서 사는 거는 어떤가? 기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어는 하기에 따라 다르지만 정말 열심히 하면 1~2년 만에 어느 정도 한다. 그렇지만 완전히 동화되기는 어렵다. 


일본어가 쉽다는 사람도 있고,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은 1년 정도 하면 어느 정도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만만치 않았다. 어느 정도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외국인이다. 사람들이 그리 마음을 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외국사람한테 내색은 안 하지만 배타적인 섬나라이다. 일본에 한 10년 넘게 산 사람들이 이런 말 많이 한다. 살면서 더 외롭다고. 


확실히 일하는 것도 다르고 문화적으로 가깝지만 먼 나라다. 일하다 보면 이 사람들은 진짜 일을 아주 구체적으로 다 시켜야만 해서 어청 답답하다. 진취적이지 않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어둡고 처져있다. 주위 사람들이 다 어두워서 전반적으로 삶이 축축 처질 수도 있다. 


삶의 질은 정말 괜찮다. 


기본적으로 삶의 질이 좋다. 물가가 그리 비싸지 않다. 밥도 맛있고 문화가 너무 수려해서 사는 게 즐겁다. 수많은 나라에서 살아봤는데 일본에서 사는 거에 만족도가 가장 높다. 길가다가 아무 집이나 들어가도 웬만하면 맛집이다. 공공질서를 사람들이 너무 잘 지킨다. 어딜 가나 깨끗하고 사람들이 예의 바르다. 도쿄란 도시엔 녹지대도 많고, 한국처럼 미세먼지가 심하지도 않다. 사회간접자본 같은 것들이 너무 잘되어 있다. 동남아엔 이런 게 안돼서 너무 허접한 게 많은데, 일본/도쿄는 진짜 멋진 도시다. 이 나라가 옛날에 얼마나 강국이었으며 얼마나 의도를 가지고 도시를 설계했는지 느낄 수 있다. 자녀교육 관련 환경도 잘되어 있다고 들었다. 정말 이 나라 선진국이다. 


다만 답답한 것도 물론 있을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공간이 너무 좁아서, 어딜 가나 좁고 그런 게 견디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일본에 온다는 건 오래 있겠다는 거다. 그래서 커리어적인걸 떠나서 일본이란 나라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MBA친구, 선배 일본인들: 일본을 사랑하는지, 진짜 개인적으로 오고 싶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일본은 답답할 수 있는 나라다. 나만 해도 답답해서 미국을 가고 싶거나 다른 나라로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일이 년, 3~5년을 보고 오는 건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 사는 게 좋아야 버틸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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