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극장 삼균학사 개소식 연설과 전남방직공장 발전소 시찰을 마친 백범 일행은 관음사를 찾는다. 재광기자단 기자회견을 위해서였다. 관음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백양사 말사로 일반 산사와 달리 충장로 번화가에 자리 잡은 도심 사찰이다. 광주극장 맞은편에서 수십 미터만 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관음사가 소재한 건물 1층에는 단체 신협인 '관음사 신협'에서 출발해 지역 신협으로 전환 한 충장신협 본점이 입주해 있다. 충장신협 우측에 소재한 관음사 출입구로 발을 들이면 2층에는 관음전, 3층에는 대법당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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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는 1916년 일본인 승려 엔도 신가이[遠藤新開]가 최초 광종사(光宗寺)로 창건했다. 1945년 광복과 더불어 사찰 국유화와 함께 승려 석파와 문계심행 보살이 입주하여 관음사(觀音寺)로 개창(開創) 했다. 1962년에는 만암 대종사를 조실로 보타선원을, 1965년에는 불교 유치원인 '보문 유치원'을 개원했다. 또 1974년 불교청년회, 1982년 전국불교유아교육협회 그리고 1983년에는 관음사 신협을 창립했다. 이어 1995년 호남불교대학과 2015년 고불총림 광주 관음사 불교대학을 각각 설립했다. 2015년 11월 14일에는 창건 100주년을 맞아 기념 법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관음사는 각종 사찰 부설 교육기관과 호남 지역 최초 어린이부, 청소년부, 대학부를 운영하는 등 광주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불교를 교육하고 대중화하는데 선구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관음사에 백범을 위한 기자 회견장이 차려졌다. 전남방직을 거쳐 도착한 백범은 광주 언론인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기자들 앞에 선 백범은 국내외 정세와 관련한 본인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요약하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현재 남과 북에 수립된 정권을 실제 하는 현실 정부로 인정한다. 하지만 장차 UN이 1947년 11월 총회에서 결정한 바와 같이 장차 남북 모두를 아우르는 자유 총선거를 반드시 실시, 완전한 자주민주통일 독립정부를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소 양군은 즉시 한반도에서 물러나고 유엔은 통일정부 수립까지 한반도 질서유지에 협력해야 한다. 이는 삼천만 동포의 간절한 염원이기도 하다. 둘째 대의명분과 민족정기를 내세우지 않고서는 민족 질서와 혁명기율은 바로잡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친일 반역자에 대한 단죄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 남북을 막론하고 우리 주권을 침해하는 매국적 국제협정 체결은 필사적으로 거부한다. 셋째 사회주의 세력의 남하를 막기 위해 혹시라도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는 단호히 반대한다. 이것은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기는 '양호위환(養虎爲患)'과 같다. 일본의 재무장보다는 미국의 우방인 민주국가를 원조함이 타당하다.
백범의 기자회견 내용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선견지명이 눈에 띈다. 백범이 서거한 이후 분단된 한반도에 진정한 봄은 오지 않았다. 남북 대치 해소와 통일된 자주 정부 수립은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어느덧 해방을 맞은 지도 80여 년. 친일 세력의 세습적 기득권과 그들의 당대 활동을 정당화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는 지금도 청산해야 할 뿌리 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더불어 최근 동아시아 사회주의 세력 확대에 대응, 미국 중심 글로벌 패권 유지를 위한 미일 군사 동맹 강화는 일본의 재무장 우려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 현재도 우리에게는 항상 경계해야 할 위협 중 하나이다. 돌이켜보면 주변 강대국 간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국내외 정세를 깊이 있게 내다보고 현명한 해법을 내놓은 그의 혜안이 회견 내용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백범의 바람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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