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메리카노, 연하게 두 잔이요
한 잔에 사천 팔백원?
살짝 비싸도 괜찮아
분위기 값이라는 게 있거든
두리번... 두리번...
전세 냈나, 손님이 없네
우리가 모르는 이들이
우리가 모르는 시간에 찾아들겠지
앤티크한 테이블에 앉아
괜한 걱정까지 할 필요 없어
아이도 애완견도 입장 환영이래
우리와 좋아하는 취향이 같나 봐
한쪽 벽엔 커피잔이 그려진
유럽풍 양탄자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어
어린 친구들은 좋겠네
인스타 감성, 배경사진 맛집이야
어느새 마주 앉은 대화는
커피향을 머금어 더 진해졌어
맞아!!! 너와 나는 죽이 맞는
오래된 인연이라는 걸 항상 깨닫지
이대로 영원히 함께해도 좋아
투명한 유리창 밖은 황량한 갈색이야
하지만 우리 사이를 채우는 은은한 공기의 밀도는
고종 황제가 사랑했던 첫 잔만큼 황홀해
서비스로 나온 비스킷은 첫 키스보다 달콤한 걸
지금은 오후 2시 1분
언젠가 다른 도장을 깨야 해서
우리는 이제 일어서야 해
어디를 가든 우리가 머문 곳에 커피 잔재는 남겠지
비록 말라버린 가루가 되어도
세상의 찌든 냄새를 남모르게 지우는
선한 영향력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할게
대신 부탁이 있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빈티지한 우리 대화는
이곳에 신상(新商)으로 남겨두길 바래
낡고 오래된 우리가 애처롭지 않도록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