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미진 뒷골목을 걷다
외롭고 간절한 나의 안식처와 같다
뉘엿뉘엿 기운 걸음
느릿느릿 업보를 둘러멘
달팽이의 휘청임이 느껴진다
언제쯤 온전히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골목 마디마디 쑤시는 갈바람
바닥을 뒹구는 마른 기억들
뒷걸음치지 않으려
죽은 자의 생환을 떠올린다
남루한 주택가 틈새
하나둘 점등이며 번지는 속삭임들
어린 목숨처럼 눈에 선하다
가까이 다가선 발자국
호! 호! 입김을 불자
숨결 같은 불씨가
활활 붙티로 날아오른다
따뜻한 온기로 데워진 공기 속
오랜 기다림 같은 막다른 골목에서
반가운 누군가를 조우한다
이윽고 미로 같은 골목이
슬픈 어둠을 걷어 내고
말없이 서성인 키다리 가로등에
환한 그림자로 걸린다
어느새 골목을 빠져나온 어둠은
큰 길 노포에 자리를 틀고
쓰디쓴 잔을 달게도 기울인다
나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아
토렴한 국물보다 진한 향수(鄕愁)로
개안히 국밥 한 그릇 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