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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Jul 26. 2021

'내 마음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까?'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 칼럼 3]


  한낮의 기온이 30도를 거뜬히 넘어가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잦은 비 소식에 습도까지 높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요즘 같은 때에는 작은 일에도 민감하고 예민해지기 쉽다.


  친한 언니한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는 짧은 물음과 함께 자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분명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했는데 정말 내 안부가 궁금해서였다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포문을 열기 위함에 지나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녀는 내 대답을 제대로 듣기도 전에 혼자서 많은 이야기를 긴 시간 동안 풀어놓았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요즘 날씨만큼이나 마음의 변덕이 심하고 신경질 나는 일이 많아서 괴롭다는 심정의 토로였다.


  언니의 말은 이랬다. 회사에서는 상사가 자기에게 쏘아붙이거나 비꼬듯이 말을 해서 자꾸만 거슬리고 집에서는 아이들이 점점 내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워서 자주 화를 돋운다고, 근래 남편과도 말다툼이 잦아져서 많이 지친다고 했다.

  “왜 전부 나한테 난리야? 

다들 왜 나를 괴롭히냐고!”


  언니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다가 마침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니 그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말 속상했을 거야. 그런데 그거 알아? 한 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언니 입에서 긍정적인 말은 나오지 않은 것 같아. 불평, 불만의 말밖에 들을 수가 없었어. 그렇다면 언니의 마음거울을 한 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내 마음의 파장이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 


  내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는 것 같았다. 약간의 어색한 정적이 흐른 뒤 그렇게 하겠노라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그녀의 음성에서 지금의 고충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괴로움이 과연 상대 때문에 생겨난 것일까? 살면서 화나는 일도 짜증 나는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맑은 날은 그 어떤 말에도 웃으며 넘길 수 있고 상대를 받아줄 수 있다. 하지만 내 마음에 먹구름이 가득하다면 상대의 가벼운 말 한마디가 내게 가시처럼 박히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버럭 언성을 높인다.


  며칠 뒤 전화가 왔다. 

  “네 말을 듣고 찬찬히 생각해봤어. 아니나 다를까 최근에는 좋은 일에도 고맙거나 즐거워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면 그것에 대해서만 계속 얘기하고 성질을 내더라고. 

내 마음이 그러하니 애들 장난도 못 받아주고 누가 나한테 던지는 가벼운 농담에도 날을 세우더라. 다른 사람에게 뭐라 할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였어. ” 


그전엔 자각하지 못하다가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감사한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말 그전보다 화도 덜 나고 불쾌한 일도 훨씬 줄어든 것 같다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나 역시 그러한 일을 겪어봐서 안다. 인간관계가 너무 안 풀리고 자꾸만 상황이 꼬이기만 해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어느 날 스님께서 내게 해 주신 말이 있다. 상대의 행동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졌다면 바로 내 마음의 파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그때서야 알았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자꾸 내몰릴 때, 주위 사람들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느낄 땐 그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든다고, 그 사람이 문제라고 탓할 때가 아니라 내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볼 때라는 것을. 


  혹시 지금 당신도 그러하다면 문제 많다고 여겨지는 주변을 둘러볼 것이 아니라 내 마음거울을 들여다볼 때이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있는지, 내 마음 바탕이 깨끗한 상태인지를 점검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내면에 쌓인 먼지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제일 괴로운 건 나 자신이고, 인생 전체가 피곤해진다. 그래서 마음 청소가 필요한 것이다. 내 마음거울에 불평, 불만의 먼지들이 쌓이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보고 관리해주어야 한다. 

현실은 내 마음의 투영이라 했듯이 밝은 미소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면의 거울을 깨끗하게 관리한다면 나 자신도, 내 주변도 밝게 비출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일 테니까. 오늘 한 번 내 마음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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