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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Aug 13. 2021

'담담함이 곧 대범한 것이다'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 칼럼 4]


  요즘 모든 걸 쉽게 생각하려고 스스로에게 ‘쉽다’라는 주문을 걸던 날들이었다. 이유인즉슨,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구성안을 제시해야 했는데 막막하게만 느껴져서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자꾸 어렵게 생각하면 아이디어가 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아 내린 처방이었다. 길을 걸어갈 때, 아침저녁으로 명상 후에도, 틈이 날 때마다 ‘쉽다. 아주 쉽다’를 수없이 되뇌곤 했다. 내 주문이 통한 것일까. 서서히 그 일을 담담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정말 어렵게만 생각되던 일이 별 거 아닌 것으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긴장했던 뇌가 말랑해진 탓인지 그 이후에는 순조롭게 일을 풀어나갔다. 이렇게 담담한 시선은 마음의 문턱을 낮추어 부담감을 내려놓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업무뿐만 아니라 감정적인 상황에서도 톡톡히 그 진가를 드러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 놓은 내 차를 누군가가 박았다는 소식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사고가 났어? 주차장에 가 보지 뭐’라고 생각하는 정도? 차를 확인하니 어찌나 세게 부딪혔는지 좌측 라이트 쪽 범퍼가 움푹 파여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뺑소니 사고였다. 접촉사고를 낸 차주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 아니라 관리사무소에서 CCTV 영상을 보고서 우리 집으로 연락을 취했던 것이다. 관리실 소장님께서는 말하기 껄끄러워하면서 같은 입주민이니 조용히 잘 해결했으면 했다. 하지만 사고를 내고도 전화 한 통이 없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괘씸했다.


  처음 겪는 사고다 보니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란 생각에 주변에 처리방법을 물어본 후에야 상대 차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60대 후반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이었다. 받자마자 보험 접수를 했으니 처리하라는 말뿐이었다. 어떤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한마디 말도 없이….


어르신의 태도에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가지고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했다. 연세가 많으시니 차량에 내 연락처가 있는지 몰랐다는 말씀이 납득이 갔다. 접촉 사고를 내고 어르신도 많이 당황하셔서 그런 것이지 고의로 연락하지 않은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니 불편했던 마음도 이내 가라앉았다. 


  이 사고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듣고선 친구가 말했다. “너는 속도 참 좋아!” 

구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차인데 사고가 나서 속상하지 않냐고 했지만 수리하면 다시 복구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일부러 시간 내서 정비공장에도 가야 하고 며칠간은 차를 이용하지 못해서 여러모로 손해가 많다고 했지만 조금 번거로울 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사고를 발견하고 바로 연락 주신 관리사무소 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컸고,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더 큰 감사함을 느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번 일을 처리할 때의 마음이 그랬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무슨 일이 발생했더라도 어떻게든 결국 해결된다는 것, 그리고 나는 쉽게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그저 담담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사고 났다는 얘기에 화들짝 놀라거나 사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겁먹지 않았다. 뺑소니 사고라고 자칫 흥분해서 싸움으로 번지거나 이웃과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내 마음이 괴롭지 않고 편안할 수 있었다.


  ‘담담한 것이 결국 대범한 것이구나.’ 


  담담함은 그 어떤 일도 소란스럽지 않게 받아들이게 한다. 큰 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보통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더 나아가 별거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꾸어 버리니 겁날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진다. 어느새 의연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마법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도 뭔가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나 내게 위험이 닥쳤다고 생각될 때 당황하거나 호들갑 떨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변화를 꿈꿀 때도 담담함이 큰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잘 모르면 배우면 되고, 실수하면 고치면 되고, 틀리면 방법을 바꾸면 된다 라고 가볍게 생각하면 되니까. 


  담담하다는 것은 부드럽고 조용한 작은 힘인 것 같지만 뭐든 시도하고 부딪혀볼 수 있는 대범함과 대담함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우리, 담담한 마음으로 대범하고 대담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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