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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Sep 09. 2021

‘나이듦’에 대하여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 칼럼 6]


  올해 들어서면서 엄마에게 큰 통증이 찾아왔다. 어깨부터 왼쪽 팔까지 시리고 저린 증상이었다. 처음 며칠간은 불편한 정도의 아픔을 느끼시더니 나중에는 밤잠을 못 이룰 만큼 통증이 심각해졌고, 급기야 응급실까지 찾게 되었다. 평소 아프다는 내색을 잘 안 하던 엄마가 그렇게 소리치며 아파하시는 모습을 처음 봤다. 마음 같아선 내가 그 고통을 덜어드리고 싶은데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엄마 옆에서 그저 손을 꼭 잡아드리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던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마나 아찔한지…. 


  더군다나 병원마다 각기 다른 진단과 처방을 내놓아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은 오랫동안 사용해오면서 신경이 눌려 염증이 생긴 것이니 한동안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몇 번의 시술과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조금 호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시린 증상 때문에 한 여름에도 팔을 두꺼운 담요로 감고 있어야 했고 손끝의 신경이 예전 같지 않게 둔하다 하셨다. 그러다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진 탓에 증상이 심해진 건지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저녁 무렵이 돼서야 집에 들어온 나는 병원은 잘 다녀오신 건지, 상태가 어떠한지 여쭤보려 엄마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방의 문틈 사이로 혼자 흐느끼고 계신 엄마를 발견했다.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 조용히 발걸음을 내 방으로 돌렸다. 


  며칠 후 엄마의 심정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 내가 짐작한 대로였다. 


  “너희들한테 짐이 안 되려고 건강만큼은 꼭 챙기고 아프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어쩔 수 없나 봐. 젊었을 땐 무거운 짐도 번쩍번쩍 잘 들었는데. 이렇게 계속 아프고 힘없이 늙어가면 어떡하니.” 


  이미 수개월간 병원을 쫓아다니며 고생도 하고 치료비도 만만치 않았는데 또다시 통증이 깊어지니 들어갈 병원비가 부담이 되셨나보다. 앞으로 겪어야 할 육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이거니와 자식들에게 걱정 끼친 것에 대한 미안함, 나이듦에 대한 서글픔이 한꺼번에 찾아왔다고나 할까. 


  엄마에게 어떤 말을 건네면 좋을지를 고민하다 보니 이건 나를 위한 질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특정 나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하나의 과정이고 노화나 질병은 어차피 나도 겪어야 할 일이니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젊을 때와 비교하면 많은 것이 바뀌게 된다. 외모적으로도 그렇고, 체력적으로도 힘에 부친다. 생각지 못하게 찾아온 몇 가지 질병과 남은 일생을 함께 살아가야 할 지도.


  ‘예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삶의 행복지수를 크게 결정짓겠구나!’ 


  언젠가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로 유명한 기시미 이치로가 노화를 ‘퇴화’가 아닌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전적으로 동감했다. 퇴화라 함은 어떠한 부분의 기능을 잃게 되거나 쇠퇴해 가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아무래도 부정적인 인상이 강하다. 우리 모두가 노화를 나이듦에 따라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인식한다면 더 이상 노화에 대해 우울해하거나 슬픔에 젖어있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건대 ‘나이듦’에 대하여 할 수 있는 말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감사함을 느끼고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자는 것뿐이다. 진부하기 그지없는 말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 삶을 유쾌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랄까. 분명 예전에 가능했던 것들이나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행복이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의 내 모습과 몸 상태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그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면 충분히 많은 기쁨을 얻고 계속해서 즐거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건 ‘건강했던 나’와 비교하지 않기! 그리고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에 미안해하지 않기! 자녀에게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베풀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내 존재 자체가 많은 이들에게 큰 기쁨과 보람을 줄 수 있을 테니.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 못할 일,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기보다는 ‘살아있는 오늘’에 하고 싶었던 것, 할 수 있는 것, 지금 여기서 즐길 수 있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라고. 

엄마에게 바라는 것은 그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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