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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민정 Mar 14. 2022

내맡길수록 삶은 평화로운 선물이 된다

[마음치유 프로젝트 힐링칼럼 16]


  최근 나에게 두 가지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하나는 결혼한 지 5년이 넘은 친구의 임신 소식이었다.

“민정아, 나 임신했어! 네 말이 큰 도움이 됐어. 고마워!”

“정말? 나 이제 예쁜 조카가 생기는 거네. 진심으로 축하해!”

병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좀처럼 아이가 생기지 않아 오랫동안 애를 태웠던 친구의 마음을 알고 있기에 그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또 하나는 다른 친구의 취업 소식이었다.

“나 회사에 취직했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연락 온 거 있지? 네 덕분이야. 고마워!”

“잘 됐다. 거봐. 걱정 말랬잖아. 축하해 친구야!”

코로나로 인해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갑작스럽게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다시금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사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만큼 그들에게 특별하고 거창한 무언가를 해준 게 없다.

누구나 알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것.

바로 ‘내맡김’에 대해 상기시켜줬을 뿐이다.


  살다 보면 인생이 내 마음처럼,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는 경우를 수없이 만난다. 일정한 시기가 오면 생각해 놓았던 것들이 마땅히 이루어져 있고, 목표를 세우면 내가 원하던 결과를 떡하니 얻게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기에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그것의 결과는 오롯이 하늘의 몫에 맡겼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저 내맡기고 내려놓으라고, 그러면 삶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고….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 될 뿐 힘들게 하늘의 일까지 떠맡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내가 하겠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닐뿐더러 나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다. 될 일은 될 것이고, 안될 일은 안될 것이니까.

시절 인연(時節因緣)이라고 했으니 아무리 애를 쓴다 할지언정 지금 내게 올 인연이 아니라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 이 시기에 나에게 필요한 인연이라면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찾아오기 마련이니까.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자꾸만 조급해한다. 점점 더 불안해하며 두려움을 키워간다. 이렇게 삶을 괴롭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집착’ 때문인 것이다.


친구들의 마음도 그랬다. 결혼을 했으니 어느 때 임신을 하고 언제 출산을 하겠다는 자신의 계획에서 멀어져 가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어떡하나 불안해했고, 나중엔 슬픔과 우울감에 젖은 날들이 많아졌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 역시 입사를 희망하던 곳들이 있었는데 소식이 없자 조바심이 들었다. ‘내가 부족한 건가?’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이러다 계속 취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친구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다. 하지만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과 현재의 모습에 좌절하기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고 조금 더 내맡겨보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언젠가 갖게 될 무언가가 아니라 지금 가진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사하는 것이라고.


  아이를 기다리는 친구에게는 그녀를 아껴주는 남편이 곁에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예쁜 가정을 이루고 있고, 그녀와 남편 모두 건강한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아이가 없는 현실보다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그녀가 기뻐하길 바랐다.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에게도 그곳과의 인연이 닿지 않았을 뿐 네가 부족해서 취업이 안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알려주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녀의 이력과 능력으로 충분히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니 꼭 거기여야 한다는 생각을 놓아버리고 마음 편하게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 결과 몇 달이 지난 후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고 온 것이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나의 할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결과는 내맡기는 것뿐이다. 더 해야 할 무엇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무척이나 쉬운 일인데 우리는 능력 밖의 일까지 넘보느라 애를 쓰고 힘들어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원하던 목표와 계획이 예상한 결과와 전혀 다르게 나올지라도 실패도, 절망할 일도 아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 이상의 또 다른 가능성과 기회를 하늘이 열어주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 ‘생각’이지 세상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언제나 마음이 편하다. 나를 궁지에 빠뜨린 것처럼 보이는 일들도 나에게 성장과 배움으로 찾아와 성숙의 길로 인도하는 과정이니까.


  내맡길수록 삶은 평화로운 선물이 된다.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되고 내게 일어나는 그 무엇도 감사히 받을 수 있다. ‘내맡김’의 삶은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삶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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