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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10. 2023

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2)

도를 아십니까? 네, 지금 가고 있잖아요?


도로법 제2장 제6조(도로건설ㆍ관리계획의 수립 등)
① 도로관리청은 도로의 원활한 건설 및 도로의 유지ㆍ관리를 위하여 5년마다 제23조의 구분에 따른 소관 도로(제13조에 따른 고속국도 또는 일반국도의 지선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대하여 도로건설ㆍ관리계획(이하 “건설ㆍ관리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다만, 제15조 제2항에 따른 국가지원지방도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장관이 건설ㆍ관리계획을 수립한다.

 

*자장 12

子游曰 子夏之門人小子 當灑掃, 應對, 進退則可矣 抑末也 本之則無 如之何 子夏聞之 曰 噫 言游過矣 君子之道 孰先傳焉 孰後倦焉 譬諸草木 區以別矣니 君子之道 焉可誣也 有始有卒者 其惟聖人乎

자유가 말했다. “자하의 제자들은 물 뿌리고 청소하며, 손님을 맞고 나아가며 물러나는 구석에서는 봐줄 만하지만 하나같이 껍데기지 알맹이가 없으니 어찌할꼬?” 자하가 듣고서 말했다. “음, 언유의 말이 지나치군. 군자의 도에 어디 먼저 옮기고 늦장 부리며 나중에 할 게 있나? 빗대자면 풀이나 나무처럼 여러 갈래로 가를 수 있는 법이야. 처음과 끝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성인뿐이네.”  


 물 뿌리고, 청소하며, 손님을 맞고, 공석에 나아가며 물러나는 일은 도덕의 껍데기입니다. 그렇다면 제사의 차례를 달달 외며, 높으신 분을 모시는 절차에 박식하고, 세금을 걷고 백성을 다스리는 법에 정통하는 일은 어떨까요? 똑같이 도덕의 껍데기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일의 알맹이는 손님을 배려하고, 때를 알며, 죽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윗사람을 공경하며, 백성을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도덕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알맹이로서 존재합니다.


 도는 분명 먼저와 나중에가 있지만 모든 일에 번호가 붙어 있어 반드시 순서대로 배워야 하지는 않습니다. 알맹이를 먼저 해야 할 따름입니다. 누군가는 눈치가 빨라서 나서고 물러날 때를 잘 알 수도 있고, 다른 누구는 기억력이 좋아서 제사의 순서를 잘 외울 수도 있습니다. 배우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가르치고 배워야 합니다. '먼저 중 가운데 먼저', '나중에 가운데 더 나중에'를 정하고, '껍데기의 껍데기'가 무엇인지 밝히려 든다면 오히려 알맹이를 잃게 됩니다.




*자장 2 

子張曰 執德不弘 信道不篤 焉能爲有 焉能爲亡

자장이 말했다. “덕을 널리 지키지 못하며 도를 두텁게 믿지 못하면 도덕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닙니다."


 덕을 지키는 사람은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를 믿는 사람은 두텁습니다. 덕을 지킨다면서 속이 좁고, 도를 믿는다면서 얄팍하다면 있으나 마나 한 도덕입니다. 큰길로 나가기만 하면 시동이 꺼지는 자동차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동네 샛길만 다닐 거라면 걷는 게 훨씬 나으니 자동차는 있으나 마나입니다. 중간중간 아스팔트가 갈라지고 틈새로 풀이 무성하게 나며, 깊은 구덩이가 파여있는 찻길은 더 이상 찻길로서의 쓰일 수 없습니다. 그러니 자동차가 있어도 있다고 할 수 없고, 도로가 깔려있어도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도덕은 작더라도 빠짐없어야 합니다. 낡은 봉고차라도 주행할 수 있어야 하고, 허름한 길이라도 끊김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동차와 도로라 불릴만합니다. 




*위령공 28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이 도를 넓히지, 도가 사람을 훌륭하게 만들지는 않네.”  


 옛 길은 모두 오고 가는 사람이 텄습니다. 사람이 자주 다니는 곳에 풀이 밟히고 돌이 차이면서 길이 만들어집니다. 옛 길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 오늘날의 찻길이 되었습니다. 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사람끼리 어떻게 대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모여 도가 되었지, 사람 이전에 도가 있었고 그 도를 사람이 따르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또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도를 만들었지 그저 훌륭한 도가 존재해서 사람이 저절로 훌륭해지는 게 아닙니다. 덕을 닦아 사람이 훌륭해지면 따라서 훌륭한 도가 만들어지고, 훌륭한 도를 보고 덕을 닦아서 또 사람이 훌륭해집니다. 군자가 도를 만들지 도가 군자를 만들지 않습니다. 도덕의 굴레는 끊임이 없습니다.




*이인 9

子曰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라는 사람이 도에 뜻을 뒀으면서 나쁜 옷,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함께 말을 섞기에는 모자라지.” 


 식욕, 성욕, 수면욕이 사람이 생존을 이어나가기 위한 욕구라면 의복, 음식, 주거지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생필품, 의식주입니다. 입는 의복이 화려하거나 단정하면 귀해 보이고, 먹는 음식이 다채롭거나 정갈하면 부유해 보이며, 사는 집이 넓고 크면 신분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군자는 욕구보다 덕을 먼저 쓰고 의식주보다 도를 먼저 얻습니다. 몇 년째 해진 청바지 입고, 물에 밥 말아서 김치를 얹어 먹으며, 판잣집에 살더라도 말과 행동에서 품격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침팬지에게 옷, 먹이, 지붕 달린 우리를 준다고 해서 사람이 되지 않습니다. 사람과 다른 영장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인격, 인품, 품격이지 의식주가 아닙니다. 도에 뜻을 두었다 말로만 지껄이고 몸은 좋은 옷, 좋은 음식을 찾는 사람은 대화를 섞을 가치도 없습니다.




*이인 8 

子曰 朝聞道 夕死 可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  

*예기 단궁편

君子曰終小人曰死

군자는 끝낸다고 하고 소인은 죽는다고 한다.


 군자는 목숨과 도를 동냥하지 않습니다. 목숨 바쳐 도를 이루고, 죽기보다 싫은 일을 막을 뿐입니다. 도가 이루어진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목숨은 무겁지만 도 역시 무겁습니다. 도는 태어나서 죽기까지 걷는 길입니다. 군자는 삶에서 겪는 태어남, 자람, 늙음, 죽음을 도덕의 눈으로 봅니다. 그렇기에 내가 살아 숨 쉬는 게 마땅하듯 죽음도 도의 한 구석이 됩니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운전이 끝나고, 죽으면 군자의 도도 끝납니다. 도의 마지막은 끝이며, 사람의 마지막은 죽음입니다. 군자는 도덕과 한 몸이기에 군자의 마지막은 죽음이 아닌 끝이라고 말합니다. 운전의 목적지를 내가 정하듯, 군자는 스스로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옹야 10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 畫

염구가 말했다.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힘이 모자랍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모자란 사람은 도의 가운데에서 떨어져 나간다. 지금 너는 벌써 선을 긋는구나!”  


 역부족(力不足)이라는 말은 대개 변명입니다. 자동차의 운전은 한정된 연료를 소모해 나아가지만 덕이 도를 따라감은 사람의 무궁한 선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힘들게 없습니다. 자동차는 연료가 부족해 도로 위에서 멈춰버리면 대형사고가 일어날 테지만, 힘이 부족해 중도에서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목숨을 잃기야 할까요? 목숨을 부지하고 있으면 도는 언제나 나아갈 수 있습니다. 도는 눈, 코, 입, 귀와 두 팔, 두 다리가 불편해도 따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덕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에 그만두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도가 쉽기 때문입니다. 시도도 해보지 않고 역부족, 역부족 거리는 사람은 마땅한 도를 가면서도 알지 못하게 해서 나뿐만이 아니라 남도 도에 들지 못하게 막습니다. 도에 무슨 힘이 들고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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