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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10. 2023

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3)

온 세상에 길이 없는 곳이 없다

로드롤러 - 두디피아 포토커뮤니티

길 1
「명사」
「1」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 따위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도도.
「2」 물 위나 공중에서 일정하게 다니는 곳.
「3」 걷거나 탈것을 타고 어느 곳으로 가는 노정(路程).
「4」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의 삶이나 사회적ㆍ역사적 발전 따위가 전개되는 과정.
「5」 사람이 삶을 살아가거나 사회가 발전해 가는 데에 지향하는 방향, 지침, 목적이나 전문 분야.
「6」 어떤 자격이나 신분으로서 주어진 도리나 임무.
「7」 ((주로 ‘-는/을 길’ 구성으로 쓰여)) 방법이나 수단.


*태백 13 ☆

子曰 篤信好學 守死善道 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邦有道 貧且賤焉 恥也 邦無道에 富且貴焉 恥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를 두텁게 믿으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목숨 바쳐 선한 도를 지켜야지. 의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으며, 세상에 도가 있으면 나와 벼슬하고 도가 없으면 숨어야 하네. 나라에 도가 있을 때에는 가난하고 천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며, 나라에 도가 없을 때에는 부유하고 귀한 것이 부끄러운 일이야.” 


 아슬아슬한 나라와 어지러운 나라, 도가 없는 천하와 도가 없는 나라는 도가 두루 쓰이지 않는 장소와 상황을 말합니다. 몰상식과 반지성이 지배하는 곳이 도가 없는 곳입니다. 비리와 횡령이 횡행하는 곳에서 부유하고 귀하다면 부정을 저질렀다는 증거이고, 가난하고 천하다면 도에 따라 청렴하고 정직하게 살았다는 반증입니다. 군자는 덕을 퍼트리기 위해 세상에 나서지만, 옳지 않은 방법으로 다스려지는 곳에 절대로 빌붙지 않습니다. 모두가 과속을 당연시하는 도로의 제일 앞에서 운전한다면 반드시 과속했을 것이지만, 맨뒤에 있다면 규정속도를 준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군자는 도를 위해 목숨을 바칩니다. 생명의 소중함은 당연하지만 사람에게는 으레 말하는 "죽기보다 싫은 것"이 있습니다. 가령 자기 자식을 죽여서까지 살고 싶은 부모는 있더라도 매우 적고, 부모를 죽여서까지 살고 싶은 자식도 마찬가지로 적습니다. 생존의 욕구를 마음의 도덕이 앞섭니다. 세상과 나라를 다스리는 군자는 이렇게 수많은 부모와 자식을 죽이느니 죽음을 택합니다. 모범운전자는 공을 줍기 위해 찻길로 삐져나온 어린아이에게 돌진하느니 차라리 가드레일로 핸들을 꺾습니다. 죽기보다 싫기 때문입니다. 소인은 죽기보다 싫은 마음이 어쩌다 보니 도에 맞게 될 수는 있겠지만, 군자는 도에 어긋나는 모든 일이 죽기보다 싫어집니다. 




*헌문 4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도 거침없이 행동도 거침없이 나가지만,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은 거침없이 하되 말은 조심히 해야 하지.”  


 자신이 거처하는 곳에 도가 있다면 말과 행동을 모두 세게 해도 됩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도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할 뿐이지만, 도가 있다면 정당한 의견이 받아들여지기에 말로 뜻을 펼치기 쉽습니다. 말이 통합니다. 도에 맞는 말이라면 말로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도가 없다면 옳은 말을 해도 무시당하고 핍박받으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말이 안 통합니다. 그렇기에 행동은 그대로 하되 말은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실천에 주력하여 모범을 보여야 겨우 도가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부패한 정부에서 간언하는 목소리를 높이면 정치적 매장을 당하기 쉽습니다. 군대에서는 부조리를 행하지 않되 상관과 선임에게 직언하지 않아야 도를 지키면서도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폭력적인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어버이의 말을 사근사근 듣되 제 자식에게 대물림해서는 안 됩니다. 모두 도를 지키면서 자신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헌문 1 

憲 問恥 子曰 邦有道 穀 邦無道 穀 恥也

헌이 부끄러운 일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나라에서 주는 밥만 먹으며, 나라에 도가 없으면 나라에서 주는 밥을 먹는 것조차 부끄러운 일이지.”  


 도가 없는 곳에서 무도하지 않게 행동하더라도 도가 없는 혜택을 누리는 일은, 직접 무도한 일을 저지르는 짓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신호등이 고장 난 찻길에서 초록불이라고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일, 시속제한 표지판이 떼어진 곳에서 고속질주하는 일, 장애인복지센터의 마지막 주차공간에 차를 대는 일은 모두 도가 없음을 악용하는 일입니다. 어떻게 도에 맞는 행동이겠습니까? 도를 어기지 않는 게 아니라 도를 속이려는 행동입니다.


 군자는 법 없이도 살지만 소인은 법이 없으면 사람으로서 살지 못합니다. 군자는 마음속에 도의 근간인 덕이 있음을 압니다. 군자는 모든 행동이 사려 깊어 도에 부합하기에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지만, 소인은 소위 '본전을 뽑으려는' 욕심이 있어서 제제하거나 교화시키지 않으면 타인의 안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문제없이 보이더라도 남을 해롭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도를 따르려는 사람은 나도 모르게 덕을 해치는 일을 경계하고 삼가야 합니다.




*진심 상 59

孟子曰 天下有道 以道殉身 天下無道 以身殉道 未聞以道殉乎人者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에 도가 있을 때에는 도가 나를 따르고, 세상에 도가 없을 때에는 내가 도를 따르지. 도를 가지고 남을 따른다는 말은 내가 듣지 못했네.”  


 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길이 자동차를 따릅니다. 자동차가 가는 곳이 곧 찻길이 됩니다. 길을 터 놓으면 뒤에 다닐 운전자에게 이로운 일이니 분명 도에 맞게 됩니다. 반면 도로가 있는 곳에서는 자동차가 도로를 따라야 합니다. 도로가 있는데도 도로를 통해 다니지 않으면 도로의 존재가 의미 없어져 자동차가 사방팔방으로 어지럽게 다니게 됩니다. 운전이 어렵게 됩니다. 다른 운전자에게 해롭게 된다면 분명 도가 아닙니다. 자동차와 도로의 관계입니다. 도로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둘의 관계는 주객전도됩니다.


 사람과 도의 관계는 어떨까요? 도가 있는 곳에서는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도에 맞기 때문에 오히려 도가 사람을 따르는 듯 보입니다. 도를 따르면 곧 사람의 덕을 따르는 것이니 사람을 따르나 도를 따르나 같습니다. 도가 없는 곳에는 사람의 행동이 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 세상을 어지럽히게 됩니다. 그렇기에 덕에 집중해서 세상에 도를 실현하기 위해 마음을 써야 합니다. 


 자동차와 도로, 사람과 도의 관계는 정반대이기에 동떨어져 보이지만 실상은 '이롭게 한다'라는 한 뜻으로 작용합니다. 사람과 도는 서로 떨어지지 않고 이어져 끊임없이 서로를 쫓아다닙니다. 사람이 도를 만들고 도를 사람이 따릅니다. 그러나 이런 도로써 남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도는 온전히 '나의 일'이지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다른 누구를 위해 착한 일을 하고,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 일한다는 말은 순 가식입니다. 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면 도덕이 아닙니다. 다른 누가 시켜서 부모자식이 서로를 사랑하는 게 아니듯, 도는 남을 따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위한 목적 자체입니다.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일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나서서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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