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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10. 2023

도,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1)

우리가 가는 길, 우리가 가야 하는 길

광주광역시 무진대로, 무려 왕복 16차선!...


도로법 제3장 제10조(도로의 종류와 등급)
도로의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고, 그 등급은 다음 각 호에 열거한 순서와 같다.
1. 고속국도(고속국도의 지선 포함)
2. 일반국도(일반국도의 지선 포함)
3. 특별시도(特別市道)ㆍ광역시도(廣域市道)
4. 지방도
5. 시도
6. 군도
7. 구도
 도로법 제1장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도로”란 차도, 보도(步道), 자전거도로, 측도(側道), 터널, 교량, 육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로 구성된 것으로서 제10조에 열거된 것을 말하며, 도로의 부속물을 포함한다.




 도(道)는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입니다. 사람이나 자동차나 두발과 네 바퀴가 있어서 모두 나아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운전이라면, 인간의 태어나서 죽음까지 삶의 방법은 도입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데에도 이동경로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인간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겪는 선택은 가늠할 수 없이 많습니다. 인생에는 수많은 도가 있겠지만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사람의 도는 오직 하나입니다.


 도는 넓고 큽니다. 넓고 크기에 많은 사람이 다닐 수 있습니다. 좁고 작다면 도가 아닙니다. 젊고 힘세며, 똑똑하고 돈 많은 사람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사람의 도가 아니라 약육강식(食,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먹힌다)인 금수(獸, 날짐승과 길짐승)의 도입니다. 갓난아이도, 연세 지긋한 어르신도,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무리 없이 다닐 수 있는 길, 돈 많은 재벌은 물론 역 거리를 전전하는 노숙자와 소년소녀 가장 같은 불우이웃도 차별받지 않고 나아가고 들어올 수 있는 길이 도입니다.


 도는 모든 사람이 편히 숨 쉬듯이 쉽고 당연하게 갈 수 있습니다. 길목마다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거나,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거나, 경사가 가팔라서 기어가기도 힘든 길은 생각만으로도 버겁습니다. 그래서 도는 거칠 것이 없고 평평합니다. 막연하게 모든 인간관계의 미련과 집착을 끊고 해탈해야 한다느니, 세상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도는 분명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너무 어려우며 높고 멀어서 도가 아닙니다.


 길이 없는 곳,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지 않는 것이 도입니다. 덕이 있기에 도를 행할 수 있으며, 덕이 시키는 바를 하는 모든 게 도입니다. 덕은 사랑할만한 사람을 사랑하게 하고, 미워할만한 사람을 미워하게 합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사람, 부모님, 자녀, 배우자, 친구는 당연히 사랑합니다. 사람을 해치는 사람, 불구대천의 원수, 예의 없는 이, 존중과 배려가 없는 자는 마땅히 미워합니다. 바로 도입니다. 반면 사람을 해치는 사람을 사랑하고, 부모자녀 간이 서로를 원수로 알며, 배우자를 동네 개처럼 여기며, 친구끼리 푸닥거리하는 건 어디를 봐도 사람답지 않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무도(無道, 도가 없음), 비도(非道, 도가 아님)입니다.


 동물은 산, 숲, 바다, 하늘처럼 길이 없는 곳 여기저기에 흩어져 살지만 사람은 오로지 사람이 만들어놓은 길로 다니며 길이 이어진 곳에서 삽니다. 험지를 달리기 위한 오프로드 자동차도 협곡, 사막, 정글, 늪지대를 다니다 보면 금세 고장 나기 마련입니다. 차로가 아니니까요. 사람도 덕에서 비롯되지 않은 마음을 먹고, 덕의 반대로 하기를 계속하다 보면 결국은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도는 사람이기에 따르고 사람만이 따를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도를 따라야 합니다. 




*옹야 15 

子曰 誰能出不由戶 何莫由斯道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밖으로 나갈 때 문으로 안 나가는 사람이 어디 있나? 그런데 왜 도를 문삼아 나가지 않나?”  


 운전은 자동차를 몰아 차도에 나가는 일이며, 삶은 덕을 말미암아 도를 따르는 일입니다. 자동차는 찻길이 아니라면 갈 수 없습니다.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자동차는 새카만 도로 위를 주행하는데, 여기에는 큰 뜻이 없습니다. 자동차는 원래 길을 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같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은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며, 사람이 모여사는 곳이 사람이 있는 곳입니다. 사람은 모이고, 어울리며, 함께합니다. 사람이라면 도라는 마땅한 삶의 방식을 거스를 수도 없고 거슬러서도 안 됩니다.




*진심 상 6 

孟子曰 行之而不著焉 習矣而不察焉 終身由之而不知其道者衆也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하고 있으면서도 왜 하는지 모르고, 익숙하면서도 왜 그런지 모르지. 그러니까 죽을 때까지 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게다.”  


 사람은 도를 따르며 삽니다. 가족, 우정, 사랑은 도에 부합하지만 우리는 왜 가족을 가지고 있는지, 왜 친구를 사귀며 즐거워하는지, 사랑하며 행복을 느끼고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지 모릅니다. 모르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합니다. 아리송하게도 죽을 때까지 도덕에 뿌리를 두는 인간관계에 힘쓰면서도 도덕을 얕잡아보며 하잘것없게 느낍니다. 사람이기에 도를 따르며 삽니다. 사람이기에 도를 따르며 살아야 합니다. 가족과 가깝고, 친구는 믿음직하고, 사랑하며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증거입니다.




*중용 13 

子曰 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네. 사람이 도에 나아가며 사람을 멀리한다면 도가 아니야."


 도불원인(道不遠人), 도는 사람에게서 멀지 않습니다. '사람 인(人)'자는 사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아닌 타자, 다른 사람을 말하기도 합니다. 유교의 도는 낮고 가까운 도입니다. 도교(道敎)와 소승불교의 도가 사람과 헤어져 홀로 높아지기를 바란다면 유교는 오히려 사람과 어울리며 세상에서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은 도로 따위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찻길은 자동차가 통행하도록 만든 길입니다. 자동차 없는 찻길은 찻길이 아닙니다. 그저 휑한 아스팔트 덩어리일 뿐입니다. 도 또한 사람을 멀리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도는 사람이 덕을 운전하는 자취이며, 덕이 따라가는 도로입니다. 사람이 없다면 덕도 없고, 덕이 없으면 도도 없습니다.




 *중용 15, 

君子之道 辟如行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의 도는 말하자면 멀리 가려면 반드시 가까이부터, 높이 오르려면 반드시 밑에서부터 하는 것이다.

*경문 1 

物格而后 知至 知至而后 意誠 意誠而后 心正 心正而后 身修 身修而后 家齊 家齊而后 國治 國治而后 天下平

무엇이든 닥치고 봐야 지가 더할 나위 없어지고, 지가 더할 나위 없어지면 뜻이 성해지고, 뜻이 성해진 뒤에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뒤에 몸이 닦여지고, 몸이 닦여진 뒤에 집안이 가지런해지고, 집안이 가지런해진 뒤에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진 뒤에 세상이 평화로워진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와 차례가 있는 법입니다. 도는 분명 낮고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지만 군자는 높고 먼 곳까지 도달합니다. 처음에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한낱 사람일지라도 마지막에는 우주를 품 안에서 기를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나는 우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하면 그저 미친 사람의 헛소리로밖에 보이지 않겠지만, 가정을 이루고 싶다던지 친구를 돕고 싶다는 꿈은 상대적으로 소박해 보입니다. 자신을 바꿀 수 있다면 우주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반 꼴찌가 다른 학생의 공부를 봐준다고 하면 모두가 웃겠지만, 전교 일등은 혼자 반 전체를 가르쳐준다고 해도 아무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자기 마을에서 인망 좋은 사람이라면 다른 마을을 바꾸려 한다는 말이 그럴듯해 보입니다. 가능성이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도는 자기 자신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마을로, 마을에서 나라로, 나라에서 세계로, 세계에서 우주로 뻗어갑니다. 결국 군자의 도덕은 우주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경문 3 

 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後 則近道矣

물건에는 알맹이와 껍데기가 있고 일에는 먼저와 나중이 있으니, 먼저와 나중을 알아야 도에 가까워진다.


 운전자에게는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는 것보다 더 다그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벨트를 매고, 전방과 백미러를 확인하고, 차량 간의 간격을 살피는 일입니다. 운전보다도 안전이 우선입니다. 목숨을 부지하지 못하면 운전도 할 수 없습니다. 무척이나 간단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운전의 근본입니다. 사람 중에도 가까운 관계의 가족, 친구, 연인에게는 윽박지르고 닦달하는 꼴에, 내일부터 평생 보지 못해도 상관없을 사람 앞에서는 고개를 조아리며 고분고분해지는 이가 많습니다. 내 소중한 사람도 아끼지 못하는데 낯선 사람에게 잘해준다 한들 부질없는 짓입니다. 도의 알맹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은 내 곁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중용 12 

君子之道 費而隱 夫婦之愚 可以與知焉 及其至也 雖聖人 亦有所不知焉

군자의 도는 널리 있으면서도 숨어있다. 한낱 어리석은 사람도 나아가 알 수 있지만 더할 나위 없어지면 비록 성인이라도 알지 못할 수 있다.


 도는 세상에 드러났으면서 숨어있고, 가까우면서도 멀며, 낮으면서도 높습니다. 운전은 쉬우면서도 어렵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네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띠라 가기만 하는 운전은 매우 쉽지만, 처음 보는 곳을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목적지를 향해 빠져나가는 건 어렵습니다. 나와 가까운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너무 당연해서 말할 것도 없지만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하기는 역사 속 성인도 버거워했습니다. 도는 가까운 곳, 먼 곳, 낮은 곳, 높은 곳 모두에 있어서 쉽기도 어렵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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