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
*옹야 20
樊遲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 可謂仁矣
번지가 인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인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기는 나중에 하지. 인이라고 할 수 있어.”
사랑은 값을 바라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라면 폐지 줍는 노파를 보고 어머니를 떠올려 리어카를 밀어주기도 하고, 잔돈이 모자라 난처해하는 아이를 보면 제 자식이 생각나 대신 돈을 내주기도 합니다. 노파와 아이에 대한 사랑은 이유가 있지만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목적이 있다면 사람 그 자체입니다. 값을 바라는 장사는 사랑이 아니지만 아들 또래의 군인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 서비스를 주는 사장님의 선심은 사랑입니다. 어진 사람은 얻음이 없더라도 어려운 일에 몸소 나섭니다. 사랑에는 값이 없습니다.
공야장 7
孟武伯 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求也 何如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赤也 何如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맹무백이 여쭸다. “자로는 어집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모르겠네.” 다시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자로)는 제후국의 국방을 다스릴 수는 있지만, 그가 어진 지는 모르겠네.” “염유는 어떻습니까?” “구(염유)는 큰 도시의 고위공직자가 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가 어진 지는 모르겠네.” “공서적은 어떻습니까?” “적은 정장을 입고 조정에 서서 외빈을 맞이하게 할 수는 있지만 그가 어진 지는 모르겠네.”
공야장 18
子張 問曰 令尹子文 三仕爲令尹 無喜色 三已之 無慍色 舊令尹之政 必以告新令尹 何如 子曰 忠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崔子弑齊君 陳文子有馬十乘 棄而違之 至於他邦 則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之一邦 則又曰 猶吾大夫崔子也 違之 何如 子曰 淸矣 曰 仁矣乎 曰 未知 焉得仁
자장이 여쭈었다. “초나라의 영윤(총리)인 자문이 세 번 벼슬하여 영윤이 되었으나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세 번 벼슬을 그만두었으나 서운해하는 기색이 없어서, 옛날 자신이 맡아보던 영윤의 정사를 반드시 새로 부임해 온 영윤에게 일러주었으니,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충성스럽네.” “인이라고 할 만합니까?” “모르겠네. 어찌 인이 될 수야 있겠는가?” 자공이 여쭈었다. “제나라 대부 최자가 제나라 임금이 죽였을 때, 제나라 대부 진문자가 재산을 버리고 떠나 다른 나라에 이르러서 말하기를 ‘이곳에도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같은 자가 있다.’ 하고 그곳을 떠났으며, 또 다른 나라에 이르러서 또 말하기를 ‘이곳에도 우리나라 대부 최자와 같은 자가 있다.’ 하고 다시 떠나갔으니, 어떻습니까?”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깨끗한데?” “인이라고 할 만합니까?” “모르겠네. 어찌 인이 될 수야 있겠는가?”
인은 날마다 흔히 찾을 수 있는 선이지만 어진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 염유, 공서적은 훌륭한 능력을 지녔지만 공자는 셋을 두고 흔쾌히 어질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재주나 능력이 훌륭하다고 해서 어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인은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사람이 도덕에 맞아 사랑을 베푸는지에 달렸습니다. 또 인은 멀고 높은 곳에서 찾을 것 없이 가깝고 낮은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진 마음을 써서 가까이 있는 사람에서 멀리 있는 사람까지 인을 널리 쓰는 사람이 있다면 인이지만,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더라도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나쁜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어찌 인이겠습니까? 우리 주변에서도 회사에서는 좋은 동료이지만 집에서는 나쁜 가족인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국민의 마음을 쉽게 얻는 정치인도 자녀가 나쁜 길로 빠지는 걸 막지 못하는 일도 볼 수 있습니다. 가까이와 멀리가 서로 맞지 않는다면 어찌 인이겠습니까?
헌문2
克伐怨欲 不行焉 可以爲仁矣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원헌이 여쭈었다. “이기려 하고, 자랑하고, 원망하고, 욕심내는 일을 행하지 않으면 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어렵다고 할 수는 있으나 인인지는 내 알지 못하겠네.”
공자의 대답은 참 흐릿해 보입니다. 어질면 어질다, 어질지 않으면 어질지 않다 확답을 주면 될 일을 마치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시 바탕으로 돌아와 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되려 질문자가 인에 대해 잘못 알고 흐릿하게 묻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원헌 물음을 빗대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운전할 때 불법추월하지 않고 안전하게 주행하며, 피드백을 받아 운전능력을 향상시키고, 황색등에는 급하게 모면하려 들지 않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 정차한다면 엔진을 잘 관리하는 건가요?"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 겁니다. "모범운전자가 할 법하긴 한데, 엔진이 왜 나오냐?"
자로 27
子曰 剛毅木訥 近仁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강하고 굳세고 질박하고 어눌하면 인에 가깝네.”
엔진은 자동차라는 기술력의 집약체입니다. 좋은 엔진은 무거운 철덩어리를 움직이게 할 힘을 출력해 낼 수 있는 강함이 있고, 충격에 견뎌 고장 나지 않기 위해 굳세며, 쓸데없는 군더더기 부품이 없어 간소합니다. 배기음은 어쩔 수 없다만 조용한 게 으뜸입니다. 사람의 덕에서 엔진역할을 하는 인도 같습니다. 인이 미치는 힘은 강합니다. 도덕에 바탕을 두는 인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바탕이 잘 갖추어져 수수합니다. 실천이 앞서기에 말은 어눌해 보입니다. 어진 사람은 악에 굴하지 않고, 남에게 어떻게 보여지건 마음이 선하며, 허튼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인 5
子曰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 得之 不處也 貧與賤 是人之所惡也 不以其道 得之 不去也 君子去仁 惡乎成名 君子無終食之間 違仁 造次 必於是 顚沛 必於是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귀는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지 않았으면 누리지 않으며, 가난과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지 않았다 하더라도 떠나지 않아야 한다. 군자가 인을 떠난다면 무엇으로 군자라는 이름을 이룰 수 있겠는가? 군자는 밥 한 끼를 먹을 만한 짧은 시간에도 인을 떠남이 없으니, 경황 중에도 이 인을 반드시 행하며,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이 인을 반드시 행한다.”
도를 벗어나 돈과 자리를 얻으면 반드시 다른 사람을 해치게 됩니다.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지는 만큼 다른 사람은 돈이 적고 지위가 낮게 됩니다. 남에게 뺏어오는 만큼 내가 얻는 사회,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입니다. 군자는 제로섬 사회를 바라지 않습니다. 내가 돈을 얻더라도 상대가 얻는 바가 있는 윈윈(win-win)이야말로 어진 사람이 좋아하는 사회이며 도가 있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군자는 제로섬 사회에서는 돈과 지위를 얻고 싶지 않아 하고 설명 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다시 얻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인은 사람을 사랑하고 또 이롭게 합니다. 인은 빈틈없이 도에 맞물리는 사랑입니다. 도가 아닌 방법으로 제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면 인을 크게 해치게 됩니다. "한 번인데 뭐, 잠깐인데 어때"라는 속 편한 생각과 마음가짐을 가져서도 군자가 되지 못합니다. 반대로 생각해서 한 번만 참고, 잠깐만 버티면 인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허위광고로 사람을 속여질 안 좋은 물건을 팔면 판매자는 얻고 소비자는 잃겠지만, 정직하게 합당한 값의 물건을 판다면 판매자와 소비자 둘 다 얻는 윈윈입니다. 우리 사회는 제로섬 사회처럼 보이지만 분명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눈앞의 이득보다 멀리 있는 인과 도를 보고 움직인다면 군자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