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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22. 2023

자효제, 시동 첫 개시(1)

사랑은 가족애에서 시작한다

영화 '헬로우 고스트'




동력 전달 장치(動力傳達裝置)
『기계』 
 원동기에서 발생한 동력을 운전하려는 기계의 축에 전달하는 장치. 클러치, 변속 장치, 구동축 따위가 있다.




 자慈는 부모님의 그윽한 사랑입니다. 자녀의 어떠한 잘못이나 부족함도 부모의 시선 속에서는 사랑스럽게 비칠 따름입니다. 유아기에서 성장기까지 부모에게 받은 사랑은 자녀가 장성하고, 나아가 늙어 죽을 때까지 영향을 줍니다. 아무리 선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더라도 악한 부모 밑에서 자란다면 올바르게 크기 쉽지 않습니다. 반면 본성이 변변치 못하더라도 부모 하기 나름으로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 부모의 덕은 자식에게 그대로 비칩니다. 16기통의 슈퍼엔진을 가진 스포츠카라도 연료가 없다면 시동조차 걸 수 없습니다. 자는 덕의 시동을 걸기 위한 첫 번째 주유입니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은 사랑이 어떤 감정인지부터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까지 어려움에 부딪힙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골이 생겨납니다. 첫 주행에 나서던 중 떨어진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주유소로 향하다가도 시동이 꺼집니다. 도저히 사람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말 그대로 길 한복판에 나앉아버리게 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까닭은 부모에게서 자를 받았기 때문이니 무엇보다 귀합니다.


 효孝는 자녀의 뼈저린 사랑입니다.  효는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맺는 관계에서 피어나는 사랑입니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으로 자녀는 도로 나아갑니다. 효로서 부모에게 받은 사랑을 되돌려줍니다. 또 단지 형제, 자매, 남매, 자녀의 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을 베풀어 준 친척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됩니다. 친척에 대한 정다운 사랑인 제悌입니다. 자고로 사랑은 내 가족에게서 시작되어 남의 가족으로 향해야 무엇보다 마음이 순조롭고 켕기는 구석이 없습니다. 먼 곳을 가려면 가까운 곳을 지나쳐야 합니다. 높은 산을 오르려면 언덕을 먼저 올라야 합니다. 산에 오르며 중턱을 건너뛸 수 없고,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경부고속도로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해안이나 동해안을 끼고 전국일주를 할 필요가 없어요. 목표는 부산, 인입니다. 가족끼리 금수처럼 으르렁거리며 다투면서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벗과는 막역하게 지내는 건 단단히 거꾸로 되어 괴팍합니다. 효제悌로써, 자녀는 사회에 나가 사랑할 바탕을 키우며 도덕의 기틀을 마련합니다.


 유교는 가족을 시작으로 세상을 사랑의 이상향으로 만들길 바라는 가르침입니다.  유학자들은 가족애를 '효제자'라고 했습니다. 자효제의 어느 하나 알맹이가 아닌 게 없지만, 효는 알맹이 가운데 알맹이이며 자는 껍데기로 여겨져서 논어, 맹자에서도 잘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보다도 부모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며 귀하고 무겁게 여겨졌습니다. 다만 저는 효제는 자의 뒤를 따를 뿐, 인의 진짜 알맹이가 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자식 간의 사랑에 앞뒤를 매겨 줄 세우면 마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를 따지는 양 우스워보일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태양이 먼저이고 달별이 뒤임을 알고, 태양빛이 우리 행성을 비추기에 초목이 자라남을 알며, 공자가 있었음에 지금의 제가 있음을 알 뿐입니다. 자가 없다면 어찌 효제가 있을 수 있을까요?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 자식은 부모와 친척을 사랑할 힘을 얻습니다. 부모가 사랑해주지 않으면 자녀는 사랑의 큰 어려움을 가진 채로 삶을 시작합니다. 사람의 모습을 하되 사람답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자녀가 부모마저 사랑하지 못하게 되면 부모는 외롭게 늙어 죽습니다. 친척에게 각박하고 잔인한 생각을 갖게 되어 조부모와 삼촌, 사촌에게도 멋대로 굴게 됩니다. 나뿐만 아니라 부모의 효제를 해치게 됩니다. 자가 없다면 사랑의 나무는 뿌리부터 줄기, 가지, 잎사귀까지 썩어 문드러집니다. 효제에 가려져 가벼이 여겨졌지만, 자는 인이 비롯된 알맹이입니다.


 자효제는 금수와 사람을 구분 짓는 잣대입니다. 금수는 어려서는 어미에게 키워지지만 커서는 어미를 보살피지 않고, 가까운 동족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약한 새끼는 매몰차게 버립니다. 그야말로 약육강식, 적자생존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부모가 늙어감에 눈물을 흘리고, 친한 벗과도 형제를 맺으며, 장애를 가진 자식을 평생 돌보기도 합니다. 자효제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금수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인류의 역사를 보면 언제나 도가 있는 시대에는 자효제가 지켜졌고, 반대로 도가 없는 시대에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사람이 사람다운, 사람 살기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금수 같은 짓에서 사람을 떨어뜨리고 자효제를 지켜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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