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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린 산천어 Jul 23. 2023

충, 잘 가라 사이드 브레이크

거칠 것 없이,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한다면

영화 '여인의 향기' 속 '1989 페라리 몬디알 T 카브리올레', (제 드림카입니다!)



사이드 브레이크(side brake)
『기계』 주차 중에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손으로 작동하는 브레이크.


 사이드브레이크를 걸어놓으면 액셀을 밟아도 시끄럽게 윙윙거리며 쉬이 앞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언덕길에서도 차가 뒤로 밀려나지 않을 정도로 옴짝달싹 못합니다. 충(忠)은 덕의 사이드브레이크를 빼버리는 겁니다. 인이라는 엔진의 제약을 온전히 풀어버린다는 의미의 충입니다. 충은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정말로'입니다. 마음(心)의 가운데(中)에 있는 충은 마음의 뿌리까지 남김없이 보여주도록 합니다.


 충이 있기에 우리는 마음 다해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하지 않고 거꾸로 거스른다면(逆, 역) 도덕을 크게 해치는 일입니다. 인을 역으로 하고, 자효제를 역으로 한다면 하늘 아래에는 미워하고 미움받는 사람만 가득합니다. 충이 없다면 덕도 없습니다.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앞에 충 자가 붙지 않더라도 마땅히 온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도는 놀이공원이 아니며 덕은 범퍼카가 아닙니다. 거꾸로 거스르거나 대충대충 운전한다면 도덕이 아닙니다.


  충은 오랫동안 비뚤어진 시선으로 비쳤습니다. 임금에 대한 신하의 맹목적인 복종과 무분별한 추종의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충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쳤을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에 와서 제가 생각해 보면 충은 "마음을 다한다" 그 이상, 그 이하의 뜻도 없습니다. '내'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임'이 있다고 칩시다. 임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면 충이지만 부모를 슬프게 하는 일이니 효가 아닙니다. 임을 위해 사람을 해친다면 충이지만 인이 아닙니다. 도에 맞게 충을 써야지 하잘것없고 해로운 온갖 곳에 마구 써서는 안 됩니다. 충은 선한 마음의 머뭇거림을 없앨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합니다.




안연 14,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자장이 정치에 대해서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머무를 때는 게으르지 말고, 움직일 때는 충하여 나가야지.”

자로 19

樊遲問仁 子曰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雖之夷狄 不可棄也

 번지가 인에 대해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머무를 때는 공손하게 하고, 일할 때는 삼가며, 사람에게는 충해야 해. 비록 오랑캐의 나라에 가더라도 버려서는 안 되지.”


 도덕에는 주차가 없습니다. 정차만이 있을 뿐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자동차가 멈추고 5분을 넘기면 주차, 그렇지 아니하면 정차입니다. 도는 태어나서 죽기까지의 운전이며 가운데에 내릴 수 없습니다. 잠시 멈추더라도 시동은 여전히 켜놓아야 합니다. 머무를 때도, 움직여 나아갈 때도 어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충은  안에 있습니다. 어떨 때는 어질고 어떨 때는 어질지 못한 사람이라면 충이 아닙니다. 충이 아니라면 인도 덕도 없습니다.


 군자는 '사람에 진심인 편'입니다. 사람에게 언제나 마음을 다하기 때문에 집안의 사람과 집 밖의 사람 모두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사람을 대하는 가장 작은 영역은 가정이고 가장 큰 영역은 정치입니다. 일상생활과 정치 모두 도덕의 알맹이는 같습니다. 어질게 마음을 쏟으면 됩니다. 집 안에서는 가족에게 잘하기 때문에 자효제를 이루고, 집 밖에서는 남에게 잘해서 인을 이룹니다. 부모자녀가 서로 사랑하고, 정치인과 국민이 일하기를 더할 나위 없이 한다면 보탤 부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헌 문 8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焉 能勿誨乎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랑한다면 시키지 않을 수 있겠느냐? 충한다면 가르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안연 23

子貢 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止 無自辱焉

자공이 벗에 대하여 여쭙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충으로 말해주고 선으로 이끌되 따라주지 않으면 내가 욕보이지 않는 선에서 하지 말아야지.”


 사랑한다면 어리광을 받아주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엄하게 꾸짖을 때도 있어야 하고, 이끌어주고, 밀어주고, 시키고, 가르치기도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말은 이제 멈춰야 합니다. 사랑한다고 마냥 편하게 해 줄 수 없고, 사랑하기에 편하게 해 줄 수 없습니다. 사랑한다는 이름 아래에서 마냥 어화둥둥하며 먹이고, 씻기고, 재운다면 마치 금수를 가축으로 길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사랑해야 도에 맞습니다.


 그렇지만 '할 수 없다면' 바로 그만두어야 합니다. 할 수 없다는 것은 내 능력이 안 되거나, 상대가 바뀔 의지가 없거나, 시키고 가르치는 가운데 도가 어지러워진다는 뜻입니다. 내가 모르는 일에 대해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합니다. 상대가 마음 깊은 속에서부터 싫어한다면 멈춰야 합니다. '사랑의 매'와 '충고'의 탈을 쓴 폭력과 폭언은 사랑도 아니고 충도 아닙니다. 도를 넘고 선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랑이고 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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