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화면 앞의 6시간

리눅스의 습격...

by Sanchez

대표님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게임회사 출신의 개발자, 그것도 내가 학창시절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하던 바로 그 게임의 팀 리더였던 것이다.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과 함께,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겨를도 없이 현실이 나를 덮쳤다. 첫 번째 프로젝트, 경기도 군부대 현장 투입이었다.

뭘 해야 하는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른 채로 연구소장님과 함께 새벽 4시에 출발했다. 군 간부들의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려면 새벽 출발이 필수였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차에 올랐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설렘도 있었다. 첫 프로젝트, 첫 현장이니까.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마주한 현실은 절망 그 자체였다.

서버는 리눅스로 구축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답답한 것이, 나는 리눅스를 써본 적도, 공부해본 적도 없었다. 터미널에 처음 접속하는 것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검은 화면에 깜빡이는 하얀 커서.

"이게 뭐지? 어떻게 하는 거지?"

ls 명령어조차 모르던 시절이었다. 연구소장님이 옆에서 설명해주시지만, 머릿속은 하얗게 변해갔다. 결국 6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보내야 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침묵했다.

개발에 내가 정말 맞는 건지,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깊은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면접 때 내 강점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포기하지 않는 지치지 않는 열정, "노력도 재능이다"라는 내 신념.

그때부터 시작됐다. 하루 4시간 정도만 자면서 매일을 공부하고 코딩에 매달리는 일상이.

지금처럼 AI가 발달한 시대가 아니었다. ChatGPT는 상상도 할 수 없었고,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AI 도구들은 실수투성이라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직 구글 검색과 다른 개발자들의 블로그를 뒤져가며 따라 해보는 것이 전부였다.

"리눅스 기본 명령어", "서버 환경 구축", "터미널 사용법"... 하나하나 검색해가며 메모장에 정리했다.

그렇게 악착같이 달리던 어느 날, 다른 부서의 송팀장이 내 옆을 지나가며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개발 쉽지 않아? 나도 할 것 같은데?"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속으로는 정말 화가 났지만, 동시에 인정해야 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하고 있는 수준은 나 스스로 봐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진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화면에 그림 그리는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송팀장은 내가 처음 회사에 온 날부터 나에게 적대적이었다. 첫 면담에서 "분위기 흐트리지 말고 알아서 잘 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그 사람. 빌런 중의 빌런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차후에 자세히 하도록 하겠다.

"그래도 3개월은 저런 비아냥을 당해주자. 그 뒤에도 할 수 있을지 보자."

이를 악물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새벽까지 공부하고, 출근해서 업무를 익히고, 퇴근 후 다시 공부하는 일상의 반복. 어느새 2달, 3달여가 지나갔다.

여전히 실력은 부족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리눅스 명령어도 익숙해졌고, 간단한 스크립트 정도는 작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연말이 다가왔고, 회사 워크샵 날이 정해졌다. 모든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 과연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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