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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성일 Dec 10. 2020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 반려동물장례지도사 "


나의 직업이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아니다.

오히려 생소한 직업 중 하나다.


가령 누군가

내 직업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소개를 원하고,

나 역시 알기 쉽게 설명을 덧붙인다.


조심스럽게 무슨 일을 하는 직업인지

묻는다면 다행이다. 왜 그런 일을 하냐는

면박 아닌 면박을 주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흔히 장의사라 부르는

전문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 장의사’로 받아들여지는 직업은

그리 유쾌한 인상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다.


반려동물 장례 지도사 직업을 선택하게 되면

가족이나 주변의 지인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에서

사실 만만치는 않다. 분명 다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장 내 가족이나 친구가 그 일을 업으로 삼는다고 했을 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는다. 물론 그들의 잘못은 아니다. 아직 사회적으로 동물 장례문화에 대한

편견과 인식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

아직은 생소한 직업군에 속해있고 직무의 미래 지향성이나 환경 자체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질 직종이다 보니 지도사 일을 조금 배우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졸업한 친구들이나, 제2, 제3의 직업을 생각하고 지도사 일을 하고자 하는 이들도 꽤 많다. 아니,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나 미디어에 비치는 자부심과 진심을 갖고 일을 하는 직업일지라도 분명 고난이 있고 부침이 있어서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이들은 스스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지도사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본업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평균치 이상의 도덕성과 정직함, 그리고 사명감을 기본으로 갖춰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티끌만큼의 흠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보호자는 담당 장례지도사에게 평생 동안 소중하게 품고 있던 아이를 전부 맡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사로 그 마음을 모두 받아 아이의 마지막 길을 진중하게 잘 인도해야 한다.


그 과정,  시간만큼은 온전히 그들의 마음이

섞일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도와야 한다. 그래서 자칫 허술한 마음으로, 단지 일이라 생각하고 절차를 담당하게 된다면, 보호자와 아이 가족 간의 마지막 인사 시간을 망칠 수 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생활은 일반 직장인의 생활과는 조금 다르다. 365일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생활이 연속된다. 잠을 자다가도, 씻다가도, 식사하다가도, 전화가 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그렇다는 것은 휴대폰을 항상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당연히 대중목욕탕이나 영화관 같은 곳은 가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생활은 나처럼 전체 장례를 총괄하는 실무자일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매일 각기 다른 죽음을 함께

겪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매일 돌아가야 하는

생활을 반복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도사 직무에도 당연히 실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염습이나 화장 등 기술적인 부분이야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축적되면 인정받을 정도로 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진정성 있게 보호자나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세심한 부분 하나까지 챙길 수 있으려면 일을 떠나 진심으로 공감하며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장례 한 차례를 치를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게서 친절하고 선한 이미지는 기본이다. 그리고 성실함과 도덕성은 자연스럽게 풍겨 나와야 한다. 서비스직에서나 필요할 법한 요건이라 생각하겠지만, 장례절차도

일종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보호자와 가족들은  

장례 비용을 지불하며 장례 절차를 제공받게 된다.

그렇다면 거기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보호자나 가족에게

“안 됩니다, 못합니다, 어렵습니다.”라는 말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양해야 하며, 생색 역시 내선 안 된다. 보호자나 유가족이 담당 지도사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게 된다면 불안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불평은 차치하고,

내 아이의 주검이 훼손되거나 알맞지 않은 절차로 인해 장례 절차의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불안함을 조성시킬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례 절차시

상황 파악 및 상황 수습이 능숙해야 하며, 돌발 요소는 즉각 반사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당연히 지도사로서의 축적된 경험과 본인의 노력이 그 바탕이 될 것이다. 보호자와 유가족들 앞에서

직무 능력과 실력을 테스트받거나 과시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그만큼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묵묵히 긴 시간을 노력하며 수련해야 한다.


담당하는 아이는 염습 후 입관 절차까지  준비되었을 때 단잠에 빠진 듯 편안하게 보여야 한다. 수의를 가지런히 입고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은 보호자가 아이의 사망 후 처음 마주하는 모습이자,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장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도사는 담당 아이의 모든 의전 절차에 대해 막중한 책임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


지도사는 보호자와 가족들의 사정과 형편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보호자는 당연히 최고로 좋은 장례식을 치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지도사가 먼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의 장례를 권해 주기도 해야 한다. 무조건 비싸거나 특전이 있는 장례를 권하는 것은 좋지 않다. 지도사는 항상 올바른 반려동물 장례 문화에 기여한다는 목적과 사명감을 가지고, 장사꾼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담당하는 보호자와 가족들이 차별 없이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단순히 누군가를 위로하는 직업이 아닙니다.


나와 같은 가족의 슬픔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보호자와 함께했던 소중한 아이들을 배웅하는

마지막 소풍길의 안내자입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이야기"






「안녕, 우리들의 반려동물 : 펫로스 이야기」 중에서


http://brunch.co.kr/publish/book/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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