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형 은행원 Jan 13. 2019

5-4. 효율적 시장 가설과 펀드 고르기

펀드에 투자하는 최상의 전략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금융시장이 효율적인지에 대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을 복제하는 것이 최상의 투자전략이 된다. 만약 그렇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펀드는 응당 시장을 복제하는 단 하나의 전략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수천, 수만 개의 펀드가 존재하고 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시장을 체계적으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시장을 베팅하는 것 이외의 다른 투자가 위험조정 수익률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응당 시장을 복제하는 펀드만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세상에는 제각각의 영역에서 제 각각의 전략을 추구하는 펀드로 가득 차 있다. 그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에게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청을 한다면 아마 입에 거품을 물고 자신이 시장의 빈틈을 후벼내 만들어낸 알파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현상은 두 가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세상에서 펀드를 운영하고 있는 그 수많은 자산운용사와 펀드 판매사가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유행에 따라 그저 그런 펀드 상품들을 대량으로 양산해내고 유통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상식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위선적인 펀드를 사뿐히 지르밟고 시장을 복제하는 더 저렴하고 투명하며 더 효율적인 펀드들-그러니까 인덱스 펀드나 EFF를 통해 시장을 복제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길 선택이다.


두 번째 설명은 어쩌면 시장이 효율적이란 주장이 개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이 이렇게 혼란스럽고 부조리 한데 금융시장이라는 것은 이런 현실과 동떨어져 홀로 고아하게 자전하며 나는 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 실제로 금융권에 일을 하는 사람에게 시장의 빈 틈에서 알파라는 생명체를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면 누구나 적어도 한두 번 이상은 알파를 (때때로 정말로 거대한 놈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고 나지막이 회상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유리병 안에 갤리온선을 만들거나, 휘파람을 불어서 흥분해 날뛰는 말을 진정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세상에는 본능적으로 혹은 후천적인 훈련을 통해서 시장의 빈틈을 찾아내고 그 속에서 알파를 낚아챌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워런 버핏, 데이비드 스웬슨, 르네상스 펀드의 설립자, 피터 린치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궁극의 투자는 어쩌면 그러한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에 돈을 맡기는 것이 될 것이다.


때문에 궁극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과연 시장은 효율적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효율적 시장가설의 진위를 입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효율적 시장을 이야기할 때의 시장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있는 모든 것을 시장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지. 금융시장만을 시장의 범주에 넣어서 판단을 해야 하는지. 교육, 섹스, 환경, 건강, 전쟁 같은 개념들은 시장이란 범주안에 들어갈 수 없는지. 때때로 이것들에는 가격이 존재하고 분명 거래가 되기도 하는데 왜 이런 것들은 시장의 범주에 들어갈 수는 없는 것인지 우리는 쉽게 답할 수 없다. 그리고 시장의 범위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어쩌면 지극히 협소한 범위에서의 시장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전체적인 시장의 맥락에서 보면 지극히 효율적인 의사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이다.


시장이 효율적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면 인덱스펀드나 ETF를 사면된다. 이것이 수수료 측면에서도 저렴하다. 시장이 내놓을 수 있는 성과는 결국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포트폴리오에 빠짐없이 담기 위해서는 수수료라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금융시장은 인덱스펀드나 ETF 같은 극도로 저렴하고 단순하며 투명한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 누구라도 이런 상품들을 사용하여 가볍게 시장을 복제할 수 있다. 예금을 가입하는 것보다 복잡한 행위가 아니다.


앞서 우리는 금융시장에 경쟁 진화론적 요인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효율적인 지점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이야기했었다. 아울러 대체투자시장과 전통적인 자산군(주식, 채권)의 차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만약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들이 설득력이 있고 금융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다고 생각한다면 별로 고민할 필요 없이 시장 포트폴리오를 복제하면 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투자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다른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 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가입하는 펀드- 뮤추얼 펀드는 시장 초과 수익을 만들어 내는데 적절한 수단인가?라는 질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