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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an 13. 2019

5-5. 뮤추얼 펀드로 시장초과 수익을 만들 수 있을까

펀드에 내재된 구조적 한계들


전복을 따는 제주도 해녀가 아무리 바닷속에서 전복을 잘 발견한다고 할지라도 가지고 있는 도구가 몽키스패너 밖에 없다면 과연 전복을 한아름따서 뭍으로 가지고 올라올 수 있을까? 아무리 실력이 좋은 해녀라고 할지라도 몽키스패너로는 산산히 박살나서 으깨진 전복 살조각 몇 개밖에 건져올리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제로 시장이 비효율적이고, 누군가 시장의 빈틈에서 알파를 발견하는데 이골이 나있다고 할지라도 도구가 적합하지 않다면 실제로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알파는 극히 제한적일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이 효율적인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뮤추얼펀드가 시장의 빈틈에 서식하고 있는 알파를 따낼 수 있는 적절한 도구(Tool)인지에 대한 질문은 중요하다.


뮤추얼 펀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그 덕분에 뮤추얼펀드는 짧은 시간에 이토록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뮤추얼 펀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소비자보호 매카니즘은 매니져로 하여금 알파를 따내는데 있어 커다란 짐으로 작용한다.


첫번째 짐은 펀드의 환매의무다. 뮤추얼 펀드는 투자자가 요구할 때 거의 무조건적으로 기준가격에 따라 환매해주어야 할 의무가 존재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를 통해서 뮤추얼펀드가 공표하는 기준가격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서 투자자를 뮤추얼 펀드에 끌어들이는데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반대로 펀드매니져로 하여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펀드매니져가 환매를 위해 종목을 팔아야 하는 순간 거래상대방의 부재로 해당 종목을 팔 수 없거나, 엄청나게 할인된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 이다.


우리가 해운대 앞바다에서 전복을 발견 할 수 없는 것처럼, 펀드매니져도 시장참여자와 거래량이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알파를 찾기 힘들다. 알파를 따기 위해 펀드매니져들은 상대적으로 한적한 시장 즉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장에 기웃거릴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장에 펀드매니져는 함부로 많은 금액을 투자를 할 수 없다. 언제든 투자자가 환매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환매를 의무적으로 해주어야 하는데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은 매매시 확정적인 손해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반적인 펀드의 규모가 몇백억원에서 몇조원까지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유동성이 떨어지는 시장에서의 매도는 시장가격에 심각한 영향(Market Impact)을 미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몇번 반복되면 그 펀드는 경쟁에서 뒤쳐져 낙오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펀드매니져는 전체 포지션에서 많은 부분을 유동성이 높고 가격 효율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수 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알파를 창출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한 투자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을 Core-satelite전략이라고 부르는데 이로 인해 실제로 많은 펀드들이 이러한 전략을 따르며 펀드의 성과는 시장과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뮤추얼펀드에서 막대한 규모의 알파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뮤추얼 펀드가 시장을 이기기 어려운 두번째 이유는 뮤추얼펀드는 수수료 구조에 있다. 뮤추얼 펀드는 투자자보호를 위해서 자산운용사가 성과연동 보수를 받아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성과연동 보수란 만약 펀드가 시장대비 10% 초과하여 수익률을 달성하였을 경우 시장초과 수익률의 20%, 즉 2%를 자산운용사가 수수료로 받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수수료 구조이다.


법에서 이것을 금지시킨 것은 과거에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여 투자자에게 커다란 손해를 끼치곤 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펀드매니져이고 시장초과 수익률의 20%를 보수로 지급하는 1000억원의 펀드를 운용한다고 해보자. 나는 카지노에서 1000억원을 빨간색 룰렛에 전액 배팅할 경제적유인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만약 구슬이 빨간색 칸에 멈춰 1000억원을 벌면 나는 그 1000억원의 20% 즉 200억원을 성과보수로 받아갈 수 있다. 만약 구슬이 검정칸에 멈춰 1000억원을 모두 날린다고 하더라도 나는 최대한 정중한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운용을 했지만 모든 돈을 잃었다고 투자자에게 이야기 하면 된다. 내가 투자자에게 200억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 당첨확률이 50%인 무료 로또나 마찬가지이며 투자자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펀드매니져가 카지노에서 1000억원을 베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파생상품시장이라는 신나는 장소가 존재하고 이곳에선 카지노에서 빨간색 룰렛에 1,000억원을 베팅하는 것과 비슷한 짓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파생상품시장에서 고개를 들어 옆을 보면 얼굴이 상기된 펀드매니져들로 시장이 북적북적거리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뮤추얼 펀드는 성과보수를 적용할 수 없다.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규제가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뮤추얼 펀드가 알파를 만들어 내는데 제약으로 작용한다.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사모형 펀드와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뮤추얼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는 펀드매니져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펀드매니져가 어느날 길을 걷다가 재수 좋게도 알파를 100억원어치 주웠다고 가정해보자. 이 펀드 매니져는 과연 이 알파를 사모펀드 계정과 뮤추얼 펀드 계정 중에 어디에 집어넣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는가? 나라면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사모펀드 계정에 알파를 집어 넣을 생각이다. 내게는 먹여 살려야할 주주와 가족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펀드 매니져들은 나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알파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노력할것이다. 다수의 펀드매니져들이 진심으로 투자자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며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자산운용이란 결코 흥미로운 분야가 아니며 쉽지도 않다. 그럼에도 경제적 유인이란 크던 작던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런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자산이 200억원 밖에 되지 않는 부유한 개인이라든가, 현금이 고작 2천억원 밖에 없는 대기업 같은 송사리들이 아니다. 사모펀드는 대개 국민연금, 군인/경찰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로 투자를 한다. 이런 기관들은 그야말로 금융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한 거인들이고 이들에게 어떻게든 알파를 조금이라도 더 헌납해야 하는 가련한 일개 운용사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살아남고 도태하지 않기 위해서는 알아서 처신을 해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알파의 공급은 제한적이며 민주적으로 분배되지 않는다.


뮤추얼펀드가 시장을 이기기 어려운 세번째 이유는 뮤추얼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의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이라는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손실에 극도로 높은 휘발성을 가진다. 과거 5년 연속 시장을 이겼다고 하더라도 단 1년이라도 손실을 보았다면 휘발성 강한 이들의 자금은 펀드에서 빠져나간다.


일차적으로 손실을 보아서 휘청거리는 펀드가 다시 한번 대규모 환매요구가 들어올때 펀드는 가뜩이나 시장도 좋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때 자신이 내놓은 매물로 인한 시장충격으로 이차적 손실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펀드가 크게 손해를 보았을때 남보다 빨리 펀드를 환매하는 것은 정보가 제한적인 개인 투자가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행동일 수 있고, 이것으로 인해 일종의 뱅크런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펀드 매니져가 5년 연속 시장을 압도적으로 이겨서 펀드 수탁고가 20배로 폭증했다고 한다 하더라도 평생 받을 연봉을 일시불로 주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펀드 매니져가 단 3년을 시장에 신나게 쥐어터지고 환매에 두드려 맞아 펀드 수탁고가 1/2로 쪼그러들었다고 한다면 평생을 걸쳐 쌓아온 커리어는 한방에 날아가게 될 수 있다.

만들어진지 얼마되지 않는 펀드라면 어떻게든 인상적인 수익을 남겨서 펀드의 수탁고를 올려야 하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잃을 것이 별로 없는 반면 얻을 것은 많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충분한 인지도와 수탁고를 확보한 펀드라면 시장을 압도적으로 앞서서 커다란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커다란 실책 즉 손실을 막아서 그동안 구축한 수탁고를 어떻게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지지 않기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시장과 비슷한 방향으로 베팅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느정도 규모가 확보된 펀드에서 시장 따라하기(Market Mimicking) 현상이 만연하게 일어난다.


인류는 뮤추얼펀드를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화를 시켜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지금 보는 것과 같다. 뮤추얼펀드는 전세계 모든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인류는 뮤추얼펀드를 통해 자금조달과 공급의 측면에서 수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입된 온갖 투자자 보호장치는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계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뮤추얼 펀드로 시장을 초과하는 수익, 즉 알파를 만들어내는 것이 갓난아기를 업고 백미터달리기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특출난 어떤 사람들은 탁원한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그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알파를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에게 배달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업계에는 그런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일화로 가득차있다. 그리고 그런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해볼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세번째 질문이 등장한다. 그런 펀드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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