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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형 은행원 Jan 13. 2019

5-6. 좋은 펀드를 고르는 세가지 방법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한 세가지 방법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한 세가지 방법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가정을 해보자. 과연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펀드 중에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펀드를 고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몇가지가 존재한다.


첫번째 방법은 통계적 방법이다. 깔데기 모양으로 커다란 통계모형을 만들은 다음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펀드들의 수익률과 변동성에 관한 시계열 자료를 쏟아 붓는 것이다. 그 중 수익률이 통발을 뚫고 튀어나와서 퍼덕거리는 펀드가 있을 테니 그놈들을 가져다가 맛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된다


두번째 방법은 계량적인 방법이다. 엑셀을 켠다음에 투자자협회에서 현존하는 모든 펀드의 성과를 다운 받은 다음에 가장 오른쪽 열에 있는 샤프지수를 바탕으로 내림차순 정렬을 하는 것이다. 샤프지수란 일종의 위험조정이익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의 이름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샤프라는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온 것이고, 이 지수가 높을수록 좋은 펀드라고 하니까 – 샤프지수가 가장 높은 펀드를 고르면 된다.


세번째 방법으로 인문학적인 방법이 있다. 펀드매니져의 됨됨이라던가 운용철학을 꼼꼼히 확인을 해서 좋은 펀드를 고르는 것이다. 해당 펀드 홈페이지에서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증권투자협회의 공시자료를 숙지하거나, 혹은 펀드매니져를 인터뷰한 기사 같은 것을 읽어보고, 발이 넓은 사람은 실제 펀드매니져랑 삼겹살이라도 같이 구워먹으면서 펀드매니져가 어떤 사람인지 재어보는 것도 좋을것이다. 그러다보면 이 놈이다 싶은 신내림 같은 것이 오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그 펀드를 잡으면 된다.


마지막으로 펀드의 규모가 적정하고, 역사가 오래되어야 하며, 펀드자산 회전율이라던가 펀드매니져의 이직율이 높지 않아야 하며,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부분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구나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부록 같은 것인데 이점에 대해서도 유념하도록 하자.


통계적 방법을 사용한 펀드 선별


지금 부터는 이 제각각의 방법에 대하여 조금 더 이야기 해 볼 생각이다. 첫번째로 통계적 방법을 통해 좋은 펀드를 골라낼 수 있다. 공대 다니는 오빠에게 전화를 해서 펀드를 고르려고 하는데 통계모델을 하나 보내달라고 요청을 해보자. 아마도 이메일로 모델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펀드 관련 세부 데이터는 금융투자협회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공대 오빠가 보내준 통계 모형 우측하단에 달려 있는 신뢰도 구간 다이얼을 50%정도로 맞춘 다음 다운받은 펀드의 시계열 자료와 시장 수익률 자료를 쏟아부으면 상당히 많은 펀드가 통발에서 튀어나와서 퍼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시장 초과수익률을 달성한 펀드들이다. 결과치가 너무 많으니까 신뢰도구간을 70% 정도로 조금 더 상향설정을 해보자. 아마 그러고도 십여개의 펀드가 튀어나와서 퍼덕거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신뢰도 구간을 높이다 보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퍼덕거리는 놈들이 있을 것이다. 그 놈들을 잡아다가 맛있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된다. 97%의 신뢰도 구간에서 마지막 까지 남아 퍼덕거리는 놈들 중에 한놈이 눈에 띄인다. 그 펀드의 이름은 “펀드알파 14호”다.


우리의 눈앞에서 살아 퍼덕거리는 “펀드알파 14호”를 바라보자. 참으로 먹음직스럽게 생긴놈이다. 과거 5년동안 매년 시장을 무지막지하게 앞섰다. 신뢰도 97%라면 그럭저럭 받아들일만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맨 뒤에 붙어있는 14호라는 명칭이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른 1호부터 13호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그들은 통발을 뚫고 나오지 못했을까? 15, 16호는 존재하지 않는것일까? 엑셀 자료를 뒤져보니 14호를 제외한 나머지 1호부터 16호는 모두 통발안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펀드알파 시리즈는 5년전 알파팩토리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져 로키가 런칭시킨 펀드시리즈다. 로키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알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심지어 양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 로키의 “펀드알파 14호”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몰려들고 있고 로키는 연말보너스로 포르쉐를 사고 보그에서 일하는 여자친구를 위한 에르메스 백을 두세개 정도 사준 다음 호화로운 프랑스 남부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이것이 부럽다면 주목하시라 –국물떡볶이를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결코 아니다.


최초에 로키는 펀드알파 시리즈 16개를 한꺼번에 만들어서 런칭시켰다. 그리고 그중 8개의 펀드는 주식시장이 떨어질 것이라는데 베팅을 했고, 나머지 8개는 시장이 오를 것이라는데 베팅을 했다. 시장이 어떻든 8개의 펀드는 시장수익률을 가볍게 제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듬해 다시 그 8개의 펀드를 가지고 베팅을 할 수 있다. 4개는 시장이 오를것이라는데, 또 4개는 시장이 떨어질 것이라는데 베팅을 한 것이다. 만약 시장이 실제로 떨어졌다면 시장이 떨어지는데 베팅을 한 4개의 펀드는 2년 연속 시장을 앞서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비슷한 짓을 4년동안 반복하면 로키는 16개의 펀드 중에 4년 연속 시장을 앞선 펀드를 하나 생산해 낼 수 있다. 바로 그 펀드가 “펀드알파 14호” 이다.


하지만 4년 연속 시장을 앞선 펀드는 시장에서 그다지 희소한 것이 아니며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모이지는 않는다. 뭔가 한두해 정도 더 “펀드알파 14호”가 시장을 이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불가능 한 것이 아니다. 로키는 “펀드알파 14호”의 80%정도를 시장포트폴리오(Core)로 구성하고 나머지 20%를 극도로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Satellite)으로 채운다. 만약 이듬해 운좋게 이 20%의 성과가 시장보다 높다면 5년 연속 시장을 앞서는 것이며, 설사 20%의 성과가 시장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문제 없다.


로키에게는 3년 연속 시장을 앞선 “펀드알파 7호”가 있으며 여기 어느정도의 투자금이 모여있다. 로키는 “펀드알파 7호”가 “펀드알파 14호”가 투자한 유동성이 떨어지는 종목을 매입하도록 한다. 극도로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가격은 일순간이나마 수직상승하고 로키는 “펀드알파 14호”의 수익률이 5년 연속 시장에 앞서게 만들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왜 “펀드알파 7호”가 그 종목을 샀냐고 물어보면 너무 저평가 되어서 샀다고, 알다시피 나는 “펀드알파 14호”에도 그 종목을 잔뜩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 하면 된다. 비슷한 방법으로 조금만 운이 따라준다며 어쩌면 “펀드알파 14호”는 6년, 7년 연속으로 시장을 앞설 수도 있다.


언제인가 “펀드알파 14호”는 필연적으로 침몰하겠지만 그전에 당연히 로키는 더 높은 연봉에 다른 자산운용사로 이직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직을 한 회사에서 “펀드알파 14호”의 몰락을 바라보며 동료나 상사에게 저거 보라고 내가 없으니까 저렇게 펀드가 빠그러지지 않았냐고 의기양양하게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


“펀드알파 14호”는 좋은 펀드일까? : 아니오.

통발모형의 높은 신뢰도 구간이 좋은 펀드를 보장할까? : 아니오.

실제로 이렇게 성과조작을 하는 펀드매니져가 존재할까? : 아마도.


세상에는 나쁜놈들이 존재한다. 자산운용업이라는 산업에도 당연히 일정비율의 나쁜놈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은 비극적이지만 인간이 어쩔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나쁜놈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커다란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음에도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법에서 요구하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키처럼 성과조작을 하는 것을 잡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로키가 만들어낸 16개의 펀드처럼 동일한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를 하나의 컴포짓(Composite)이라고 한다. 대개의 경우 이런 컴포짓은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으며, 운용사가 아닌 외부의 투자자가 컴포짓을 구별해내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수백개의 펀드를 동시에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고 교묘하게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교묘하고 복잡하게 성과조작을 할 수 있다. 베스트셀러 펀드 하나만 나오면 사실 나머지 펀드 몇십 개는 망가져도 상관없다. 파레토의 법칙은 펀드산업에서 1:99의 형태로 실현된다. 때문에 통발모형을 통해서 좋은 펀드를 구하고자 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누군가 펀드 수익률을 가지고 장난질을 할 때 시계열 자료만으로는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반드시 다른 방법들을 병행해서 활용을 해야 한다.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한 두번째 방법


좋은 펀드를 고르기 위한 두번째 방법은 펀드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보는 것이다. 앞서 통발모형의 경우 친한 공대 오빠가 없거나 금융통계 석사과정 정도를 마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실제로 모형을 만들어서 실험해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두번째 펀드의 위험조정이익을 보는 것은 엑셀만 있으면 누구나 간단히 실험을 해볼 수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쉽다.


금융투자협회에 접속을 하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펀드의 수익률을 조회할 수 있으며, 가장 오른쪽 행을 보면 샤프지수라는 행이 보일 것이다. 이것은 윌리엄 샤프라는 경제학자가 제안을 한 개념인데 시장초과 수익률을 변동성으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윌리엄 샤프도 노벨상을 받았고 샤프지수는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펀드위험조정이익 지표다. 우리가 할일은 샤프지수를 가지고 올림차순 정렬을 해서 샤프지수가 가장 좋은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접속해서 올림차순 정렬을 해볼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을 해본 독자라면 아마 두가지 현상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샤프지수가 1보다 높은 펀드가 상당히 많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상위권에 링크된 그들중 대다수가 펀드의 설정 규모도 작고 이름도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놈들이 태반이라는 것. 아마 실제로 필터링을 해본 사람이라면 뭐랄까 이거보고 투자하면 망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딱 하고 올것이다. 실제로 윌리엄 샤프 자신도 자신의 이름을 딴 이 위험조정지표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숫자가 가지는 아름다움이 있고 거기에 경도되는 집단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 시카고 미술재단에서 펀드에 재단 재산을 쏟아 부었던 적이 었다. 그리고 잠시후 보니까 따란 하고 펀드 가치가 저 밑 구석탱이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왜냐하면 바로 직전까지 그 펀드의 지표가 완벽했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적었고 수익은 황홀할 정도였다. 하지만 숫자들 속에는 괴물이 숨어 있었고 예술가들은 그 괴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괴물의 이름은 외가격 풋옵션 대량 매도 포지션이었다. 단순한 트릭이었다. 누구라도 그런 괴물을 만들어서 포트폴리오에 집어 넣을 수 있다. 만약 내게 1,000억원짜리 펀드가 있다면 1,000억원 전액을 시장포트폴리오로 구성을 한다. 이 경우 샤프지수는 1이다. 이후에 대규모 풋옵션을 매도한다. 그러니까 시장이 폭락할까봐 걱정하는 1,000억원짜리 포트폴리오를 가진 누군가(그런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에게 주가지수가 10%이상 폭락하면 손해본걸 전부 물어주겠다고 약속을 하는 것이다. 대신 매년 10억원을 보험료 혹은 프리미엄으로 내라고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시장이 10%이상 폭락하지 않는 경우 시장이익률 + 프리미엄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이 10%이상 폭락하는 경우다. 시장이 20% 떨어질 경우 이 포트폴리오는 30%의 손실을 보게 되며, 50%가 떨어지면 90%의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시장이 10% 이상 떨어지지만 않으면 펀드의 위험조정이익은 다른 펀드들을 압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위험조정이익 지표는 세상에 옵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펀드의 매니져는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옵션을 사거나 팔 수 있다. 때문에 펀드에 붙어있는 수익률과 리스크 수치만으로 펀드를 고르면 안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런 계량적 지표 따위는 떡주무르듯이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한 세번째 방법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는 비계량적 방법 뿐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한 비계량적인 판단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펀드매니져가 똘똘하고 윤리적일 것

2.     펀드의 규모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을 것

3.     펀드 자산 회전율과 펀드매니져의 이직률이 높지 않을 것

4.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부분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할 것

5.     펀드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볼 것


비계량적 방법의 가장 큰 단점은 객관화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리 오래 펀드 산업에 몸담은 사람이라도 과연 적정한 펀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것인지, 과연 A라는 펀드매니져가 똘똘하고 윤리적인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막연한 느낌적인 느낌만이 존재할 뿐이다. 게다가 향후 시장 전망이 밝은 부분에 투자하는 펀드에 투자하라니 이 말에 따라 중국과 그 빌어먹을 브릭스인가 뭔가에 투자했다가 죽을 쑨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이 있었던가.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해 연기금이나 대형기금의 경우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설문지를 돌리고, 면접을 보고, 산업내 평판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비계량적인 부분을 평가한다. 그리고 괜찮다 싶은 운용사가 나타나면 일단 입맛에 맞게 사모형 펀드를 하나 작게 만들어서 운용 해볼 것이다. 아웃룩에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저장해놓고 심심하면 한번씩 연락을 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일은 잘 하고 있는지 모니터링 할 것이다. 갑을 초월하는 슈퍼갑의 지위에서 연기금은 오랜시간 다양한 운용사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심층적으로 각각의 운용사를 파악해 나아갈 것이고 이러한 경험이 축적되면 정말로 좋은 운용사가 어디인지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개 개인투자자의 경우 펀드의 내부 사정을 알기위해 접근할 수 있는 자료가 펀드투자설명서 하나가 유일하다.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 가보더라도 뭐라도 물어볼 만한 펀드 매니져의 이메일 같은 것이 나와 있지 않으며, 펀드매니져가 나와 자신의 성과를 분석하고 다른 매니져들과 시장전망 끝장 토론 같은 것을 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홍보하는 TV 프로그램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거의 모든 재테크 서적에서 펀드에 가입하기 전에 반드시 펀드 투자설명서를 읽어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투자설명서에는 펀드의 전략, 펀드에 내재된 리스크와 과거 수익률, 펀드매니져가 시장을 보는 시각, 자산운용사의 현황까지 해당 펀드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가 망라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펀드상품 설명서를 읽으면 좋은 펀드를 구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요일 밤에 눈치없는 팀장님이 집에도 안가고 자리에 앉아서 야구 뉴스를 읽고 있을때면 나는 펀드 상품 설명서를 다운 받아서 읽곤 했다. 이 PDF파일들을 읽고 있으면 그래프랑 숫자가 많아서 뭔가 정말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팀장님이 삼겹살이나 뼈다귀해장국 먹으러 가자고 회식을 통보하는 순간까지 대략 한,두편 정도를 읽을 수가 있는데 꽤나 오랜시간 나는 잘못이 내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숫자와 그래프랑 글자는 엄청나게 많은데 거기서 그 어떤 의미있는 메시지도 읽어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청맹과니 같은 눈이 뭔가 정말로 가치 있는 것을 눈앞에 두고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료가 이만큼이나 많은데, 운용사가 돈을 들여서 이렇게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하는 것은 뭔가 그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잘못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후에 펀드의 증권신고서와 상품설명서를 직접 작성하고 공시하는 변호사의 펀드 법률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변호사는 수업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펀드에 투자하기 전에 상품설명서를 꼭 읽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 무렵 나는 펀드 상품설명서를 통해서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의 말을 듣고 정말로 펀드상품설명서 안에 뭔가가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다만 내가 그것을 읽어 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펀드 법률수업을 진행하는 저 변호사라면 그것을 읽어내는 방법을 알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저 변호사가 그 것을 읽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내가 찾던 답이 바로 저기 존재한다.


나는 수업이 끝나고 변호사에게 가서 물어봤다. -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해 상품설명서의 어디를 보아야 하는 것인가? 내게는 그것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다라고 이야기 했다. 변호사는 조금 당혹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대답했다. 그딴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품설명서는 고객에게 좋은 펀드를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는 것이 아니다. 상품설명서는 법에서 요구하는 공시기준을 맞추기 위해 작성되는 것이며, 실제로 그것을 읽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도 없을 뿐더러, 좋은 펀드를 구하기 위해 상품설명서를 읽는 것은 안읽어보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차라리 과거 성과나 위험조정 이익 같은 것을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변호사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그리고 은행원인 내가 좋은 펀드를 구하는 방법을 더 잘알고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는 자신의 BMW를 끌고 사무실로 돌아가 버렸다. 그 시점에서 나는 좋은 펀드를 구할 수 있는 방법 따윈 없는 것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모든 펀드상품설명서는 분량에 상관없이 3문장으로 요약된다.


1.     이 펀드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리스크가 들어있다.

2.     펀드의 과거 수익률은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

3.     최선을 다해 운용하겠지만 손실이나면 투자자 책임이다.


부수적인 숫자들이나 자료가 있지만 결국은 이 말을 A4용지 70장으로 불려서 적어놓은 것이다. 누가 읽어도 시간낭비인 이런 자료를 만들어서 등재하는 것은 법에서 상품설명서 공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펀드에 모든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일단은 공시를 해놓아야 향후 일어날지도 모를 다른 법적다툼에서 운용사는 펀드 투자의 위험에 대한 충분한 공시를 했었다고 변호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상품설명서에 그다지 성의를 쏟지 않는다. 실제로 펀드매니져가작성을 하지도 않으며 펀드매니져를 지원하는 백오피스 직원이 작성을 하거나, 그마저도 외주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대부분의 펀드상품설명서가 과거의 자료를 Ctrl+C한 이후 Ctrl+V 한 다음에 몇몇 항목만 변경하는 방식으로 작성되어진다. 법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공시항목만 담아내면 되기 때문에 그래도 문제가 없다. 실제로 성의를 쏟아서 작성을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을 읽고 투자를 하는 투자자는 극소수이기 때문에 운용사는 투자설명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으며 법에서 요구하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항목들에 대해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1. 해당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펀드매니져가 자기가 운용하는 펀드에 얼마나 투자를 하고 있는지

2. 펀드 설립 이후 벤치마크 대비 성과가 어떤지

3. 다른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들과의 상대적 성과는 어떤지

4. 소프트달러 정책은 어떠하며 유무형의 거래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자료는 펀드설명서에 들어 있지 않다.


펀드매니져가 무슨 대학교를 나왔는지, KOSPI의 정의와 가치투자에 대한 펀드매니져의 고리타분한 설명으로 이루어진 하등 쓸모없는 말의 성찬이다. 이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것이지? 나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품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펀드매니져의 과거 운용 스타일 및 자산운용사의 철학을 통해서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다는 주장은 시장이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것 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적어도 나는 그 방법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금융권에 근무하며, 펀드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그 방법을 모른다. 재테크 책 대부분이 상품설명서를 꼭 읽으라고 하지만 그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 펀드를 구할 수 있는지는 대개 애매모호하고,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다. 아마 그 저자도 그 방법을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펀드에 가입할때 상품설명서를 안읽어보는 것 보다는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데에는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좋은 펀드와 나쁜 펀드를 고를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세상에는 자신이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니 그렇게 감히 주장을 하지는 못하더라도(고소당한다) 자신은 남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어떤 탁월한 지혜가 있어서 – 설사 그 지혜를 이식해주지는 못하더라도 투자자를 위해 얼마든지 그 조언을 나누어주겠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창구에서 블로그에서 책에서 방송에서 이들은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자신이 좋은 펀드를 고를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은 펀드를 파는 것이 돈이 되는 비즈니스이며 멍청한 사람들이 결코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펀드의 판매수수료는 1%정도 된다. 만약 1억을 팔면 가만히 앉아서 1%의 판매수수료 즉, 100만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다지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무위험, 무자본 이익이다. 펀드를 파는 사람은 단돈 1원도 투자를 할 필요가 없으며, 어떤 위험도 지지 않는다. 펀드가 완전히 빠그러져서 도저히 회복할 수 없을 순간에도 매우 유감인듯한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 이번엔 좀 안정적인 투자를 해보시죠 라고 이야기하면 된다. 기억할 것은 – 실제로 시장을 이겨서 장기간 알파를 만들어낸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 뮤추얼펀드는 시장을 이기기 적합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는 점, 설사 어떤 펀드가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최상의 펀드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사전에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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