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7일
※작가의 말
-작년 여름(2023.06), 방글라데시의 가혹한 환경에 노트북과 메인핸드폰이 고장났었습니다. 당시 서브폰에 적어놨던 글들을 이제서야 풉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노트북과 스마트폰은 수리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 = 산딸기의 서브폰, 아이폰8)
병법을 아시나요? 손자병법 같은 그런 종류의 것들이요. 물론 저도 잘은 모르지만, 병법의 요체가 '내 목적을 숨기고 남을 속이는 것'에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뜬끔없이 왜 병법 얘기를 하냐고요? 바로 오늘 집에서 만난 친구 때문입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가던 중, 일전에 바 선생을 냉장고 근처에서 봤던 게 떠올라 살충 스프레이를 냉장고 밑에 뿌렸습니다. 뿌리자마자 냉장고 밑에서 어떤 생명체가 '후다닥' 재빠르게 기어나오더군요. 심박수가 150회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안경을 벗은 상태여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스킨과 로션을 바른 뒤 안경을 착용했습니다. 그곳엔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바로 [도마뱀]
'띡띡'대는 울음소리 때문에 '띡띠기'라고도 불리는 이 도마뱀이 제 심장을 놀래킨 것이죠. '띡띠기'는 나이에 따라 새끼 손가락만한 녀석부터 손바닥만한 녀석까지 크기가 다양한데 지금 저와 마주친 '띡띠기'는 아주 작았습니다. 아기 도마뱀이었죠. 제가 왼발을 움직이자 쏜살같이 벽으로 달려가서 '착' 붙더군요. '띡띠기'를 잡을지 말지 고민하기까진 채 3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기보다 작은 생명체는 전부 먹어치우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녀석이라고 들었던 터라 그냥 같이 살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저와 마주친 '띡띠기'는 제가 왜 살려줬는지 전혀 모르고, 신나게 바퀴 선생들을 잡아먹을 겁니다. 이것이 [36계]에 나오는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이는' [차도살인]의 계책을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겠죠. 하도 많이 잡아 먹어서 발육속도가 너무 빠르면 그것대로 걱정이긴 한데, 그 걱정은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