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일상 다른 하루
장남이가 말했다.
"엄마, 어젠 진짜 한 게 없어서 일기를 못 썼어."
"왜 한 게 없어? 야구도 하고 자전거도 탔잖아."
"그건 맨날 하는 거잖아. 그저께도 했고 그 전날도 했고... 이미 다 쓴거라구!"
장남아, 일기는 매일매일 다른 일을 했다고 쓰는 게 아니야.
매일 야구를 하지만 어제는 진짜 센 공을 받아서 뒤로 넘어질 뻔했고 아빠가 플라이 캐치를 해야 될 정도로 멀리 날아가는 공을 던졌잖아.
같은 자전거로 같은 길을 갔지만 어제는 날씨가 시원해서 하나도 안 힘들고 오르막길에서도 기어를 5에 둔 채로 한 번에 올라왔고.
매일 같은 날이라도 매 순간 그게 어떻게 너에게 다른 하루가 되었는지
생각하고 표현하는 연습이 일기야.
그러네.
매일 같은 일상에 갇혀 새로운 글감이라곤 통 떠오르질 않으니
곰탕 우려먹듯 지나온 기억을 쥐어짜던 지난 며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같은 이 시대에도
구석구석 오늘만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