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_판테온,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르네상스가 무엇인고?
본격적인 로마 관광에 앞서 르네상스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까.
구글에 르네상스를 검색하면,
르네상스(이탈리아어: Rinascimento, 프랑스어: Renaissance, 영어: Renaissance)는 유럽 문명사에서 14세기부터 16세기 사이 일어난 문예 부흥 또는 문화 혁신 운동을 말한다 - 라고 나와.
르네상스의 정의에 대한 정보는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이니 각설하고 한마디로 이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부활’이다. 무엇이 부활했는고 하니, 고대 문명 (정확히는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14세기 이탈리아 반도의 도시 국가들(이탈리아는 19세기 중반까지 통일 국가가 아니었음)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부흥 운동(?)이 시작되어 200년간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는데 그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라는 정도가 되겠다.
그 부활이라는 것이 그 시절의 문화를 그대로 복원했다는 뜻인지 아님, 그것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인지 혹자는 문화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시작되는 변혁의 시기로 보는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번 여행은 역사 공부가 아니므로 이 정도만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중심이었던 로마는 최적의 출발점이다.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표현이 찰떡인 것처럼 로마는 도시 전체가 눈을 돌리는 곳곳에 유적이 가득이다. 이는 ‘관광지’ 타이틀이 붙은 제대로 복원되고 관리된 ‘명소’뿐 아니라 어느 시대의 어느 용도인지 가늠이 불분명한 시대와 시대가 뒤섞인 현장이라는 표현이 맞을 듯, 그러니 무구한 역사를 품은 이 곳에서 모든 유적지를 다 이해하려는 것은 욕심일 것이다. 해서, 매일 한가지 질문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수박 겉핧기를 시작하는 오늘의 첫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는 하나, 현재의 모습과 사뭇 달랐을 14세기를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고대 로마는 어떤 의미였을까.
다양한 신들에게 바쳐진 ‘만신전’이라는 뜻의 고대 로마의 건축물 판테온.
이곳이 첫 목적지가 된 것은 순전히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고 마침 줄이 길지 않아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소실되거나 흔적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 앞으로 일정을 고려해봤을 때, 원형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판테온부터 시작한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마치 영광의 정점에서 시작하여 쇠락하고 부활하는 대하드라마가 시작되는 느낌이었거든.
건축사적 의미는 차치하고서라도 판테온 앞에 섰을 때 가장 압도되는 것은 그 규모다. 로마의 많은 유적이 규모면에서는 사실 어떤 것도 상상 그 이상이지만 이 엄청난 규모의 고건축물이 너무나 완전한 형태로 위용을 뽐내고 선 모습에는 절로 경외감 같은 게 들었다. 층고는 결코 작지 않은데 돔이 주는 공간감 때문인지 거대한 반구형 아이맥스 영화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또한 금박도 그림도 없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장식의 돔은 천정의 구멍으로 들어오는 햇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하고 장엄했다. 그림과 조각, 화려한 장식이 가득한 여타 성당의 천정을 먼저 보고 왔다면 아름다움이라는 건 결코 더해짐으로만 얻어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콜로세움
"My name is Maximus Decimus Meridius, Commander of the Armies of the North, General of the Felix Legions, loyal servant to the true emperor, Marcus Aurelius. Father to a murdered son, husband to a murdered wife. And I will have my vengeance, in this life or the next”
나는 지금도 이 문장을 숨도 안쉬고 말할 수 있다.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러셀 크로우 주연의 gladiator에서 콜로세움 한복판에 선 맥시무스가 코모두스와 수많 관중 앞에서 정체를 밝히던 장면은 지금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역사적 고증이 일부 왜곡된 전형적인 상업 영화라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어찌됬건 이 영화 때문에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고 로마사 수업을 들었고 수년후 이 자리에 섰었다.
그 콜로세움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감격하는 딸램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골목 사이를 지나 나타나는 판테온과 달리 콜로세움은 도로변(?)에 있기 때문에 광화문 광장 끝, 남대문을 지나며 특별한 감동을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글라디에이터의 추억이 없는 딸램에겐 길가의 수많은 유적 중 하나일 뿐 큰 감흥이 없어보였다.
영화에서 검투사 시합이 시작될 때, 관중의 함성과 믿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기술력으로 지붕 겸 그늘막이 펼쳐지던 모습(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함)을 그리며 검투사들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해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유~~ 왜 그런 걸 보고 좋아하는거야? 옛날 사람들은 너무 잔인하고 미개해.
흠….그런가? 어쩜 인간의 본성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개하고 잔인할 지도 몰라. 예술이라는 건 태고적 아담과 하와가 낳은 가인이 아벨을 죽일 때부터 내재된 본성의 악함을 아름답게 포장해온 과정인거 같기도 하고. 더이상 대놓고 다른 사람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걸 보면서 환호하고 부추기지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없는 비교를 통한 박탈감을 우월감이라는 교묘한 방식으로 해소하며 살아가고 있거든.
발걸음을 옮기기에 앞서 6월말 로마의 더위는 가히 상상 이상이었다. 하루에 한잔 물을 마실까 말까할 정도로 물을 안 마시는 나는 지난 몇년간 마신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로마 여행 첫 반나절 동안에 다 마셨다. 미국이나 한국은 밖이 아무리 더워도 실내에 들어가는 순간 시원한 냉방에 땀을 식힐 수 있기에 갈등을 덜 느낀다. 하지만 이 곳은 ‘실내 온도’라는 개념이 있나 의아할 정도로 외부 온도와 큰 차이가 없기에 체감 더위는 실온 이상이었다. 정말 다행으로 로마 시내 곳곳에는 무료 음수대가 있어서 물병만 있으면 수시로 채울 수가 있었지만 음수대 물 또한 미지근하고 그마저도 금새 무더운 날씨에 곧 뜨끈해진다. 그러니 로마 여행의 필수품은 그나마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게 해줄 보냉 물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위를 식힐 겸, 포로 로마노 앞 공원에 앉았다.
로마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포로 로마노( Roman Forum)엔 크고 작은 돌무더기들이 가득하다. 황제의 개선문, 각종 신전, 연단, 원로원 터 등 역사에 대한 사전 인식이 부족해도 과거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도록 다양한 설명이 준비되어 있지만, 짧은 시간과 식견이라는 한계가 있는 딸램에게 너무 많은 지식을 이해시키기보다는 눈 앞에 펼쳐진 겹겹의 세월을 느껴보길 원했다.
도시 한복판 이 넓은 땅에 마치 방치된 듯 널부러져 있는 돌덩이와 건물의 잔해에 가까운 일부 기둥들은 사실 후대에 다른 건축물들의 자재로 이용하기 위해 훼손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만히 보면 단순히 무너지고 부서진 흔적이 아니라 여러 방식으로 이어지고 덧댄 흔적도 보인다. 그래서인가, 분명 폐허의 현장인데 여전히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발굴 작업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지나버린 역사가 아니라 소생하고 있는 현재로 느껴진다. 과거의 영광을 붙들고 아등바등하지 않고 그 영광과 더불어 지금을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달까,
사실 로마 구시가도 다른 오랜 도시의 구도심과 마찬가지로 모든 비지니스가 관광객 위주의 보존된 도시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포로 로마노를 가득 채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 각종 유투버와 첨단 장비를 장착하고 현장을 담아내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이 도시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바탕에는 그들이 느끼고 나누고 생산해내는 감동의 힘이 지속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지켜내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지켜내야 할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무구한 역사의 현장 앞에서 그저 찰나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킬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찬란하게 빛나던 제국의 영광과 쇠락의 자리를 지나온 오늘,
그것은 기억하되 머무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14세기에 이 자리에서 섰던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으로 영광을 딛고 나아간게 아닐까 오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로마는 어때?
음, 대단해.
뭐가?
그냥 다…
맞아, 로마는 대단해…그 대단한 기억이 남아 다시 찾고 싶어지는 거야.
근데 오늘 저녁은 모야?
와우, 이것이 이딸리아노!!!
감탄을 연발하던 우리의 포크질이 조금씩 더뎌진다. 분명 낯설고 매혹적이지만 아메리칸 느끼함에 절여진 우리에게도 다소 부담스러웠던 강한 풍미...? 흠..젤라또 만큼이나 애매한데....
하루동안 배운 단어가 있다.
쁘레고(Prego)
인사라는 것은 굳모닝, 굳애프터눈, 굳이브닝이 있고 이 모든 것을 퉁치는 hello가 있다.
고마우면 thank you, 실례면 excuse me, 괜찮으면 all right이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상황에 다 쓰이던 'Prego'는 나에게 언어의 신세계였다.
딸램이 말했다. 엄마, 여기는 애매하면 'Prego'라고 하는거 같아.
okay, 애매한 나라, 애매한 쁘레고,
내일의 쁘레고를 기대하며, 쁘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