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rence_우피치 미술관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도시답게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예 작품을 보는 듯하다. 골목길도 로마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고 무엇보다 건물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마치 밋밋하면 큰 일 나는 것처럼 뭐 하나 그냥 지어진 게 없다. 고대의 고전적인 느낌과는 확연히 다르다. 문고리 하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인의 정신이 느껴지는 골목의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너무도 가까이에 태산같이 등장한 두오모.
두모오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고…. 가깝다.
피렌체에 온 사람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가 도시가 생각보다 훨씬 작다는 것이다. 르네상스의 주역인 메디치 가문의 드라마틱한 등장과 성장은 거대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지만 와서 보니 에게? 알고 보니 손바닥만 한 동네에서 나름 방귀 좀 뀌던 사람들에 불과했나? 싶을 정도로 도시의 규모가 과장 좀 보태서 한나절이면 둘러볼 만하니 괜한 얘기가 아니다. 그러니 더더욱 이 쪼매난 변방 도시에서 방귀 뀌던 장사꾼 가문이 이탈리아 반도를 넘어 전 유럽으로 확대된 문화적 혁명을 만들어냈다는 건 이보다 더 드라마일 수 없는 이야기다. 그들이 후원하고 양성해 낸 예술가들의 작품이 가득한 우피치가 그에 대한 답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뮤지엄이 10:45 입장이라 시간이 있네 하면서 여유를 부려본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편식이 있을 뿐 체질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었는데 이탈리아에 온 후로 계속 설사를 하고 배가 아프다. 아무래도 여기 커피는 좀 아닌 거 같아, 오늘은 스벅 커피를 마셨는데도 역시 속이 부글부글한다. 머라도 먹고 들어가야 할거 같은데…둘 다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는 상황?
길거리 피자도 웬만한 레스토랑급이라는 이딸리아에 와서 나도 딸램도 세상 까다로운 입맛이 되따. 아무 카페나 들어가 크로아상 하나와 과일컵을 먹었는데 벌써 또 배가 불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세 그림 이해하기
그림이 예술적 표현의 도구라는 개념은 중세에는 확립되지 않았다. 문맹이 대다수였던 시대에 성경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는 그림이라는 시각적 이미지가 필요했다. 때문에 icon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충실하면 그뿐이었다. 예수가 누구고 마리아가 누구고 날개 달린 사람은 천사고 아기가 태어났고 십자가에 못 박혔고 부활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때문에 헤일로라고 불리는 후광을 드리운 인물들을 잘 보이게 배치하고 마리아에게는 성스러운 색깔의 옷으로 치장하고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면 되었다. 성경 속 인물들에게 실제하는 느낌과 자연스러움은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개념이었다.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이 그림들은 내러티브적인 중세의 그림에 사실성을 도입한 초기 르네상스 스타일로 변화하는 과도기의 교과서 같은 그림이다. 하지만 르네상스 그림에 매료되어 이곳까지 오게 된 나로서는 중세의 그림은 그저 그 이전 시대와의 비교를 위해 훑어보고 지날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 치마부에의 마에스타 앞에서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지금의 시선으로 지난 세대를 바라본다는 건 매우 무례한 접근이다. 사진으로 본 중세의 그림은 제 아무리 금박을 갖다 붙인 들 그 평면적 표현의 한계로 다소 밋밋하고 때로는 유치하게 (?) 느껴졌는데 실제로 그 그림을 마주하니 아름다움을 너머 경외감 같은 게 들었다. 감히 표현할 수 없는 절대자의 영광을 금빛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시대에 성경 속 인물들에 무게감을 줘서 사실성을 부여한 건 어쩌면 지금 생각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용감한 시도였을 것이다.
우피치의 수많은 명작에 대한 설명은 검색창에 차고 넘치므로 생략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코네티컷에는 맘먹으면 갈 수 있는 거리의 뉴욕에 세계 몇 개 미술관에 손꼽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있다 (줄여서 MET라고 부른다) 17-18세기 유럽의 작품을 볼 때마다 도대체 어쩌다 이 작품이 여기에 왔나 신기하기 짝이 없는 메트의 유일한 약점은 르네상스 대가들의 작품을 소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 대단한 메트도 가질 수 없던 다빈치, 라파엘로,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의 3 대장의 작품들 외에도, 보티첼리, 베로키오 등의 수많은 명작이 한 곳에 죄다 모여 있으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우피치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대작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작품에 집중하고 감상하기엔 관람객도 너무 많고 다수의 명작들은 보관상의 이유로 유리벽 뒤에 보호되고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서 그 질감을 느끼기에는 고퀄의 도록이 낫다 싶은 아쉬움도 있었다. 게다가 이미 로마에서 르네상스 전성기의 작품을 보고 온 터라 이게 그렇게 거작인가 싶게 다소 투박하고 어딘가 어색한 작품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피치의 작품들이 특별했던 건 하나하나의 실험적인 과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 작품 자체로도 훌륭하게 존재하지만 결국 그 작품을 완성하는 건 관람자와의 교감이다. 우치피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지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은 작품의 고퀄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적 전사들의 투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조각 두 점을 소개하고 싶다. 두 손이 묶인 채 위로 당겨지는 있는 두 조각은 역동적인 자세와 얼굴 표정에 비해 전형적인 르네상스 조각답게 너무 매끄럽고 이상적인 몸매가 이상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늘날처럼 참고할만한 이미지와 자료가 없던 시절, 저 생생한 감정은 예술가 스스로가 경험하거나 본 모습이었을 것이다. 찬란했던 시대의 시작은 결코 도전과 투지 없이 얻어지지 않았다는 예술가들의 소리없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늘의 우피치는 작품 자체를 감상하기에는 여건 상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곳은 단순히 다수의 훌륭한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르네상스가 이곳에서 시작된 데에는 이 꿈틀거리는 도전이 있었을 것이다. 꽃의 도시 플로렌스에서 세기의 꽃밭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저 훌륭한 솜씨를 가진 장인이 아니라 누구보다 용감하고 열정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혁명가들이었던 것.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즐기기에는 기가 눌릴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오늘은 기름칠이 좀 필요하겠어!
그리하여 우피치에서 나가 향한 곳은 맥도날드!!!!
아~~~ 오랜만에 미국의 맛!!! 여기 와서 이렇게 입맛이 돈 순간이 있었던가,
물론 패티는 미국의 쥬시한 촉촉함보다는 살코기가 가득한 조금 더 퍽퍽한 현지의 느낌이긴 했지만 그동안 아쉬웠던 미국식 느끼함을 채우기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