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보면 가지는 것
(1년 전 오늘)
안개 자욱한 날의 아침 산책.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다 보면,
흐리멍텅한 길을 끌려가는지 끌어가는지 모르는 채로 몸이 간다.
오늘도 모르겠고 내일도 모르겠는데 살다 보면 살아지는
매일이 그렇다.
늘 궁시렁대는 동반자들과 함께.
왜 나가야 해,
엄마 혼자 가,
추워, 습해, 졸려..
같이 걷는다는 건 그런 거야.
불편하고 귀찮은데 가다 보면 가지는 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시국의 어느 아침
그렇게 또 시간을 걸어왔는가 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렇게 걸어갈 수 있을까.
여전히 희뿌연 안개 숲에서 아직도 나오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일년 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