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또 새로 시작되었다. 첫날은 다소 어색했지만 금세 적응하고, 그래도 아쉽긴 한 건지 아직 음력은 2020년이라며 살짝 유보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당연히 '올해는 2021년'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하루하루는 가끔 더디기도 한데, 일 년 이 년… 뭉텅이로 놓고 보면 어찌 그리도 빠른 건지.
『돈의 속성』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라.
투자는 지금도 늦었고 저절로 수고 없이 느는 것은 나이밖에 없다.
한 살이라도 젊어서 투자하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부자가 된다.
『돈의 속성』 159쪽_좋은 돈이 찾아오게 하는 일곱 가지 비법 중 7번째
그 책은 돈에 관한 책이지만 돈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돈과 삶에 대한 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나는 그 책을 읽은 이후 여전히 투자에 주저하고 있고 저절로 수고 없이 나이 한 살을 더 먹어버렸다.
시간은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행복한 기억, 고통에 허우적거리며 슬픈 기억, 누군가 미워 죽겠는 심정, 투닥투닥 싸우고 속상한 마음… 그 모든 것을 무디게 만든다. 여행의 기억도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 가서 현재에 집중해서 마음에 담아야지 굳이 사진으로 담아봐야 나중에 어디에서 찍은 지 기억도 안 난다고. 그런데 여행 그 순간에 집중했던 때도, 열심히 사진을 찍은 때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무뎌지더라. 그렇게 전율을 느끼며 감탄했던 순간도 뜨뜻미지근, 희미해지고 잘 기억도 안 나더라. 나중에는 그곳에 가긴 갔었는지 기억에서 밀려나버린 곳도 있다.
또 누군가는 그랬다. 사진이 남는 거라고. 예전에는 왜들 그렇게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포즈로 줄 서가면서 사진을 찍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거기 갔다고 자랑하려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했지만, 분명 그것만은 아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알 듯하다. 그 장소뿐만 아니라 그 장소에서 함께 한 사람들, 시간과 추억을 붙들어 사진 속에 담아놓는 것이다. 그날이 앞으로 남은 인생 중 가장 젊은 날이니까. 그곳에 다시 갈 수 없으니까, 또는 다시 가더라도 그 순간 그 마음과 똑같은 내 모습으로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여행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은 아무 배경이나 셔터를 눌렀고, 가끔은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아무 배경'을 찍은 사진은 정말이지 어디인지 기억이 안 나서 왜 찍었는지 나도 모르겠는 사진도 많고, 특히 음식 사진, 먹기 전에 셔터 한 번 눌러줄 걸 아쉬워지는 장면들도 많다. 내 사진은 어려서부터 사진 찍는 것을 싫어했고, 함께 찍는 것은 귀찮았다.
엄마와 여행을 많이 다녔다. 각자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서로 찍어주기도 하고 배경 사진을 담기도 했다. 원 없이 다녔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내 실력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그 많은 여행 사진 속에 함께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속상한 적이 있다. 엄마가 아프던 그때였다.
항상 건강할 줄로만 알았던 부모님이 어느 순간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사진은 언제든 찍으면 되지, 바쁜데 사진 보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등등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것이 달라지기도 한다.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빛나는 축복이었음을 잃고 나서야 깨닫기도 한다.
평범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꼭 사진으로 담아두시길 바란다. 꼭 다양하게 찍어두길 권한다. 부모님 사진을 찍어드리기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며 일상의 순간을 차곡차곡 담아보시기를. 그렇게 저장해놓은 순간들이 바쁜 일상 속에 잊히고, 먼지 쌓이고 묵혀도 상관없을 정도로 긴긴 시간이 흘러도 마음 아플 일이 없으시길. 그렇게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가시길.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한다.